사재출연 약속한 구영배...그룹 흔들리는데 지분 매각 가능할까

김민우 기자 2024. 7.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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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위메프 본사 사무실에 피해자들의 호소문이 붙어 있다. 티몬과 위메프 등의 모기업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이날 사태 발생 후 첫 입장문을 내고 "내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2024.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자신이 가진 큐텐 지분 전체를 팔아서라도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큐텐의 지분가치를 인정받아야 가능한 얘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큐텐 그룹 전체가 존폐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흔들리는 큐텐그룹...지분매각·담보대출 모두 어려울 수도
구 대표가 29일 내놓은 사태 수습 방안은 큐텐그룹을 통한 자금조달과 사재출연이다. 구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차원의 가용 가능한 자원'은 중국 소재 큐텐 그룹 계열사를 통해 600~7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큐텐 측은 최근 금융 당국에 해외계열사 통해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8월중에 조달하겠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권도완 티몬운영사업 본부장도 지난 27일 "중국에 큐텐 자금이 묶여 있는데 빼올 수 없어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 당국은 큐텐 측에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구 대표가 가진 큐텐 지분 매각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따르면 구 대표는 큐텐(Qoo10.Pte.Ltd.) 지분 42.77%, 큐익스프레스(Qxpress Pte.Ltd.) 지분 65.87%를 보유하고 있다.

큐텐 그룹이 올해 초 평가한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이후 예상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구 대표가 보유한 지분가치를 환산하면 4억2770만달러(약 5900억원)다.

큐텐의 기업가치는 알려진 바 없으나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인수 당시 지분교환 비율을 통해 추산이 가능하다. 큐텐은 몬스터홀딩스(81.74%)와 티몬글로벌(16.91%) 등이 보유한 티몬 지분 100%를 큐텐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후 몬스터홀딩스는 큐텐 지분 25.6%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티몬글로벌은 몬스터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라 티몬글로벌의 티몬 지분은 사실상 98.6%다. 티몬의 기업가치를 2000억~25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몬스터 홀딩스의 지분 가치는 1972억~2465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인수 당시 큐텐의 기업가치를 약 1조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큐텐의 지분 42.77%를 보유한 구 대표의 지분 가치는 약 4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평가한 기업가치다. 큐익스프레스가 티몬과 위메프 물동량을 토대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이를 토대로 상장을 하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큐익스프레스와 큐텐의 기업가치도 상당히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을 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구 대표는 이날 사과문에서 큐텐 지분을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큐텐 지분 매각과 대출이 막히면 사재출연도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큐텐그룹이 매각할 수 있을 만한 매물은 큐익스프레스와 위시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가 아직 사업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는 상태에서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큐익스프레스는 2022년 말 기준 1억2534만 싱가포르달러(약 1293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큐텐이 약 2300억원에 인수한 위시 역시 200여개국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지난 1분기에 5900만달러(약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구영배 "사태 수습되면 계열사간 합병"...경영권 사수 의지 보여
구 대표는 "사태가 수습되면, 큐텐은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조정과 경영시스템 혁신에도 나서겠다"며 사태 수습 이후에도 그룹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금번 사태로 인해서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더 높이 도전할 기회를 얻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라고도 했다.

위메프와 티몬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 대표의 큐텐 지분율은 이미 5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팔 경우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구 대표는 지분 매각보다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더 높다.

구 대표는 사업구조조정의 방식으로 계열사 간 합병추진을 거론했다. 구 대표는 "계열사간 합병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파트너사 조합을 통한 경영과 이사회 직접 참여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큐텐이 계열사 합병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대표는 이미 티몬, 위메프 사태 이전부터 위메프와 티몬, 큐텐테크놀로지 조직을 통합 하고 있었다. 각 사에는 영업과 MD(상품기획) 조직만 남겨두고 기술개발(IT)과 재무팀은 이미 통합 운영 중이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면 조직 통합을 넘어 그나마 재무상태가 덜 나쁜 위메프를 중심으로 티몬과 큐텐테크놀로지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본지 7월18일자 ☞[단독]큐텐 그룹, 티몬·위메프·큐텐테크 합병 추진】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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