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리스크 끌어안고 소비자 신뢰 얻은 기업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티몬‧위메프 사태의 파장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다수의 기업에 미친 가운데,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응도 주목된다. 티몬이나 위메프에서 구매한 상품에 대한 재결제를 안내해 손실을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은 곳들이 있는 반면, 결제된 제품을 배송하고 자체적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기업도 있다. 리스크 때문에 소비자에게 불안을 전가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약속한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재결제' 안내하는 여행사…티메프 환불 불투명해 소비자 불만
특히 휴가철을 앞두고, 티켓‧여행에 특화된 티몬과 위메프에서 관련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행사의 대응에 쏠렸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여행사들은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상품을 환불받은 뒤 재결제를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도 8월 이후 출발 예약 건에 대해 '취소 후 재결제' 방침을 세웠다.
이미 여행 상품을 예약한 소비자들은 같은 상품을 두 번 결제하게 된 셈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도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티몬‧위메프의 환불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티몬‧위메프 사태 파장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일부 여행사는 출발 보장, 포인트 환급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인터파크트리플은 7~8월 출발하는 인터파크 투어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출발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인터파크 투어에 재결제를 한 고객이 티몬‧위메프에서 환불받지 못하면 재결제 대금을 환불해주기로 했다. 교원그룹은 교원투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취소 후 재결제를 한 뒤 티몬‧위메프에서 환불받지 못할 경우 포인트로 보상한다.
책임‧소비자 불안 해소 등 이유로 이용 '보장'
대금 정산이 불투명해졌지만 티몬‧위메프에서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의 배송을 보장하거나, 정상 이용이 가능하게 한 기업들도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책임'과 '소비자 불안 해소'다. 여기어때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예약한 모든 숙박을 정상 진행하기로 했다"며 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가구 회사들은 결제를 마친 제품들을 고객에게 배송하기로 결정해 주목을 받았다. 시몬스는 소비자 결제가 끝난 4억원 상당의 제품에 대해 배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몬스가 8~9월 두 달간 티몬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정산 금액은 10억원 이상이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회사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비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며 "소비자 불편 및 불안감을 먼저 해소하고, 이후 티몬과 차근히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레이디가구를 운영하는 오하임앤컴퍼니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우선 해결해주면서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4억원 상당의 제품을 고객들에게 배송하기로 했다. 오하임앤컴퍼니가 8~9월 티몬과 위메프에서 받아야 할 정산금액은 15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프티콘은 안심…'정상 사용' 보장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다량 판매되는 기프티콘에 대한 조치를 내놓은 회사들도 있다. SPC그룹은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긴급회의를 통해 양 플랫폼에서 판매된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 모바일 상품권을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SPC그룹은 수억원 가량의 미정산 대금 손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대행업체로부터 정산 받지 못한 판매금 문제는 해당 업체와 대화해 해결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신세계 등 기프티콘을 자체 발행해 위메프에서 판매해 온 11번가는 '정상 사용' 방침을 밝혔다. 판매자가 11번가인 기프티콘은 위메프 미정산 문제와 관련 없이 정상적으로 쓸 수 있다. 현재 미사용된 기프티콘 액수는 10억원 정도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소비자 편의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정상 사용을 보장했다는 설명이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모바일 쿠폰 '기프티쇼'를 판매해 온 KT알파도 쿠폰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피해를 끌어안겠다고 밝힌 기업들은 '착한 기업'으로 각인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함께 노력해준 업체들의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다. 하얀풍차제과, 플레이월드, 짱죽, 엘빈즈, 앙블랑, 엔타비글로벌‧엔데이트립, 루솔, 베베숲 등 소비자들이 티몬이나 위메프에서 구매한 제품을 정산 여부와 관계없이 배송하거나, 적극적으로 환불 조치를 시행한 곳들이다. 소비자들의 호평과 함께, 힘든 상황에서도 신뢰를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후기도 올라왔다.
이러한 대응은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를 우선으로 여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돼, 장기적으로 기업 활동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많은 기업들도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위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기업들을 '나쁜 기업'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유통학회 고문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실제 브랜드의 성공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들이 주목받은 사례가 많다"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요소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동성이 좋지 않은 소상공인이나 영세 기업들은 소비자를 위한 대응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소비자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 기업들에게는 물론 칭찬을 해줘야겠지만, 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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