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간 동생 찾아줄게”…5억 빼돌린 60대 징역 7년

“남편과의 이혼 소송 돕겠다”고도 속인 뒤 돈 요구
재판부 “동종 범행으로 실형 선고 전력…죄질 불량”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연합뉴스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을 간 동생을 찾고 있는 유부녀에 접근해 동생을 찾는 것을 도와주고, 이혼소송도 돕겠다며 거액을 가로챈 6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9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안복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서울의 한 입양단체에서 만난 여성 B씨에 어린 시절 헤어진 동생을 찾아주고, 남편과의 이혼 소송도 돕겠다며 2018년 8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5억16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사기죄로 1년 간 실형을 살고 나온 전력이 있는 A씨는 2017년 가을 서울의 한 입양단체에서 B씨와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50년 전 해외 입양을 간 친동생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나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독일로 입양 보냈는데 결국 찾았다"며 거짓말을 했다. B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A씨에 호감을 느꼈고, 이 둘은 약 1년 뒤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A씨는 B씨에 "동생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면 알려주지 않는 기관에 돈을 써야 한다"며 마치 동생을 찾은 것처럼 "동생이 암에 걸려 입원해 있는데 화상통화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너와 눈매가 닮았다"고 속이기도 했다. 

또 A씨는 B씨가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소송 중인 사실을 알게되자 "남편이 공직생활을 35년동안 하면서 뇌물을 받은 적이 있다"며 "숨겨놓은 재산을 찾기 위해 사람을 써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뒷조사 비용으로 돈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2년 가까이 B씨로부터 직접 송금 받은 돈은 3400여만원이었다. 또 B씨 명의의 신용카드 10장을 건네받아 인출하거나 결제 또는 현금서비스로 쓴 돈은 1억81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B씨에 "이혼하면 아파트 분양권 판매대금을 남편에게 빼앗길 수 있으니 맡아주겠다"며 아파트 분양권 판매대금 3억원까지 가로챘다.

하지만 A씨는 해외로 입양 간 B씨의 동생을 찾거나 이혼소송을 도울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외로 입양된 동생을 찾는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했다"며 "정상적인 가정을 영위해온 피해자와 그의 남편 사이를 이간질해 가정을 파탄내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러 차례의 동종 범행으로 집행유예 또는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기 범행으로 인한 누범기간 중에 이 같은 범행이 이뤄졌다"며 "범행 전력이나 수법, 피해금액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큰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 회복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