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1일에도 반복되나…국회의장과 여야 ‘깊어지는 고민’
주요 법안 처리를 둘러싼 과반 야당의 밀어붙이기와 소수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응은 ‘방송 4법’ 처리 이후에도 꼬리를 물고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9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오는 30일까지 방송 4법 처리를 완료한 뒤 다음달 1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이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민주당은 1일 본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우 의장은 아직 1일 본회의 개최 여부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방송법은 의장이 고심 끝에 낸 중재안을 여당이 받지 않아 처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란봉투법이나 25만원 지원법은 이와 다른 형태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과 25만원 지원법은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해온 법안이다. 다음달 1일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면 여당은 또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박3일 가량으로 예상되는 ‘필리버스터 대치’가 또 시작되는 셈이다. 앞선 방송4법과 마찬가지로 이 법안들도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장단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여야가 법안 일방처리와 필리버스터로 대치한 앞선 본회의들에서도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안건 상정 등 의사 진행을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여당이 의장의 ‘중립성’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방송4법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면서 의장단 내부 분열 문제도 돌출했다. 우 의장은 윤리위원회 회부 등 절차나 규정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면 의장단 내부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
민주당도 부담은 적지 않다. 반복되는 대치 정국은 정부·여당에 대한 반대 여론을 결집할 기회인 동시에 야당의 ‘의회 독주’가 부각될 수 있는 리스크로도 여겨진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다. 전당대회에도 불구하고 밴드왜건 효과를 누리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22일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의회 독주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면 전략 수정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기약없는 소모전으로 내부 피로도가 쌓이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야당의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가 ‘면피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버스터 이외의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출범한 한동훈 대표 체제에도 부담이다. 이전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과의 협치는 외면하고 대통령실 뜻에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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