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던 해리스, 일주일 만에 트럼프 바짝 추격한 비법은?

최혜린 기자 2024. 7. 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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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핵심 인사들 지지 확보 ‘열정’
유명 가수 내세워 ‘온라인 선거전’
선명해진 메시지에 돌아온 집토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웨스트필드에 있는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투’ 전용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만든 폭풍 같은 일주일이 미국 선거를 뒤흔드는 역사를 쓰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일주일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재선 도전에서 물러난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선언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인기와 존재감이 모두 미약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 지지율이 줄곧 상승세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에 따라 ‘급조한 후보’처럼 보였던 해리스 부통령은 어떻게 굳어져 가던 ‘트럼프 대세론’을 흔드는 유력 후보로 떠오른 걸까.

“10시간에 전화 100통” 발 빠른 대응으로 당내 장악

우선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전후로 당내 분열이 커지던 상황에서 발 빠르게 ‘교통정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사퇴하겠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워싱턴DC의 부통령 관저로 측근들을 소집했다. 사퇴 선언문이 발표된 직후부터는 민주당 내 핵심 인사들에 전화를 돌리며 자신을 새 후보로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사이 측근들도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과정 자체가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이후 혼란에 빠졌던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게 언론과 정계의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캠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족했던 활력과 에너지를 보여줬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 이후 10일간 민주당 의원 20명에게 전화를 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10시간 동안 100통의 전화를 돌렸다”고 짚었다. 당내에서도 “매우 잘 조율된 연쇄 반응 같았다” “완벽한 48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결과 해리스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선언이 나온 지 약 36시간 만에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단순 과반)를 확보했다. 특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당내 중진들의 지지 표명이 잇따르면서 새 후보 선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당 분위기도 빠르게 수습됐다는 후문이다.

‘밈 제조기’로 떠올라 온라인 장악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온라인 공간에도 빠르게 침투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거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이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의 존재감은 적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등판과 동시에 온라인에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비욘세의 인기곡 ‘프리덤’으로 만든 캠페인 영상이 대표적이다. 해리스 캠프는 영국 인기 가수 찰리 XCX가 “카멀라는 악동”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을 때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해리스 캠프는 곧바로 공식 SNS 계정의 바탕 이미지를 찰리의 앨범 표지색인 ‘라임 그린’으로 바꿔 눈길을 끌었다.

해리스 부통령 특유의 화법에서 탄생한 각종 ‘밈’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례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다”는 취지로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네가 그냥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진 줄 아냐”고 말한 일화를 소개했는데, 최근 이 발언을 담은 영상이 SNS에 빠르게 퍼졌다. 온라인상에선 코코넛 이모티콘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가디언은 ‘코코넛 나무’ 발언이 단순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각종 비유를 활용해 삶의 지혜를 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이든보다 선명한 행보로 승부수

각종 진보 의제를 선점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선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청년세대와 흑인, 여성 유권자 등 민주당의 오랜 우군으로 여겨진 유권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점차 하락한 바 있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새 후보로 등판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이들 집단의 지지율이 고르게 올랐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지난 25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본격 유세에 나선 지난 24일 흑인 여대생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투표하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다음날 텍사스주에서 가진 연설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언급을 꺼려 온 성소수자 문제를 거론하며 자신이 과거 동성 결혼식 주례를 서기도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이 이탈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대이스라엘 정책에 있어서도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가자지구에 침묵하지 않겠다”며 압박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런 행보가 “젊고 진보적인 마이너리티 유권자의 지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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