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졌지만 '3선' 성공 마두로…베네수엘라 혼란, 야당 "부정선거"

김하늬 기자 2024. 7. 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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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다. 선거기간 여론조사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야당은 부정선거라고 반발했고, 미국 역시 우려를 나타냈다. 선거 이후 국내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라카스=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된 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80%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후보가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마두로 대통령은 3선에 성공하면서 내년부터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끈다. 2024.07.29.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하루 전 치러진 대선 투표에 대해 29일 0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80%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득표율 51.2%(510만표)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2파전을 벌인 민주 야권 연합 단일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득표율은 44.2%(440만표)로 발표됐다.

이로써 마두로 대통령은 3선에 성공, 내년부터 2030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2013년 부통령 당시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처음 대권을 잡은 마두로는 2030년까지 18년간 장기 집권의 길을 연 셈이다.

선거 결과 발표 후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궁 밖에 모여 축하콘서트를 열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축하 무대에서 레게 음악에 맞춰 춤을 췄으며,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날은 정말 아름다웠다"며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승리를 안겨 주셔서 감사하다. 이것은 평등이라는 이상에 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세 당시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선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번 선거 승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마라카이보 AFP=뉴스1)= 베네수엘라 야권 통합 대선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왼쪽)가 야당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함께 23일 술리아주 마라카이보에서 대선 유세를 펼치고 있다. 28일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는 3선 도전에 나선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과 이를 저지하려는 우루티아 후보간 맞대결이 펼쳐진다. 2024.07.24 /AFPBBNews=뉴스1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와 정반대로 나오면서 당분간 베네수엘라 정가는 혼돈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에디슨 리서치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우루티아 후보는 65% 득표율로 마두로(31%)를 크게 따돌릴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선거기간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이 크게 뒤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마두로는 국내 통제를 강화하며 선거 불복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또 투표 직전일까지 공권력을 동원해 수만 명의 보안군을 곳곳에 배치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했으며 집회를 금지시켰다. 마두로 대통령은 유세에서 "베네수엘라가 피바다가 되길 원하지 않고 파시스트들의 산물인 내전에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큰 승리를 거두게 해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때문에 야권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결과가 발표 직후 주민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직 선관위가 마두로 지지자들이 통제하는 1만5000개 이상의 투표소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야당의 결과 검증을 방해하고 있다"며 "야권 연합은 이의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8일(현지시간) 실시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연임에 성공했다. 2024.7.28. /AFPBBNews=뉴스1

맞수였던 곤살레스 후보는 선거 불복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베네수엘라 국민과 세계 전체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며 "민의가 존중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기자회견에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우리 측) 후보인 우루티아가 70%, 마두로가 30% 득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야권 정치인들도 "우리측 증인들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등을 검증하기 위해 개표장소에 들어가려 하자 거부당했다"며 반발했다. 베네수엘라 인권 단체인 라보라토리오 드 파즈는 "선거 운동 중 71명이 임의로 구금됐고, 12개 온라인 미디어가 차단을 당했다"며 "정부는 재외국민 투표를 힘들게 만들어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선거 과정 내내 야당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지적해왔다"며 "마두로 정부가 대법원을 비롯해 모든 정부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보니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통신은 "(마두로) 정부는 과거에도 투표 조작 혐의를 받았지만 부인했었다"고 덧붙였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망명을 위해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 텍사스주 이글 패스로 들어온 베네수엘라 여성이 아이를 철조망 너머로 넘기고 있다. 2023.9.27. /로이터=뉴스1

미국 정부도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발표된 결과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나 투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우려가 든다"고 했다. 그는 "투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베네수엘라 선관위를 압박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페루, 칠레,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의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일부는 마두로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발표된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점을 마두로 정권도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 절차와 관련해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볼리비아, 온두라스, 쿠바 대통령을 포함한 베네수엘라의 일부 파트너들은 마두로의 승리를 축하했다.

한편 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베네수엘라를 이끌어 온 마두로는 중남미 국가 중 대표적인 반미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국제유가 하락과 부정부패, 미국의 경제제재 등으로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약 700만 명의 국민들은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로 이주했다. 지난 2018년엔 6만%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화폐인 볼리바르의 가치가 폭락하기도 했다. 마두로는 경제난이 미국의 잘못이라고 지적해왔다.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 내 경제 활성화, 정유 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에 대한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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