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필리버스터…거부권 법안 줄줄이 대기 중
野, 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금법 1일 본회의 상정 추진
의석수 부족한 與, 또 다시 필리버스터 예고
결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할 듯… 20개 초과 가능성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7월 임시국회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대통령 거부권으로 얼룩지고 있다. 야당은 방송 4법(방통위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예정이다.
의석 수에서 역부족인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최대한 의사진행을 지연하고 종국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에 기댄다는 생각이다. 거대 야당의 독주와 무기력한 여당의 저항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 법안 개수도 2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29일 국회는 야당 주도로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5일 방송4법 통과 시도를 한 이래 세번째 방송법이다. 그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달아 나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방송4법에 대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통제를 차단하는 ‘언론정상화 4법’이라며 맞섰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방송4법 처리를 기필코 완수해 공영방송을 정권의 사내 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음모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방송4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 속에서 ‘야당의 법안 처리 강행 후 거부권 발동’의 도돌이표 정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 4법 재의요구(거부권)를 전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4개 법안에 대해 전부 재의요구를 하면, 거부권 법안 수는 총 19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두 달 간 5건(채해병특검법, 방송4법)의 재의요구가 있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 예상을 하면서도 법안 처리를 단독 강행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대한 상정·처리를 예고했다. 앞서 폐기된 법안도 다시 입안한다는 계획이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기자들을 만나 “해병대원 특검법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관련 거짓 해명 등을 부각시켜 특검 수사에 대해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야당의 방침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독이 든 사과를 계속 내밀면서 ‘왜 안 먹냐’고 하면, 우리는 거부할 수 밖에 없다”면서 “노란봉투법 등 역시 비슷한 폭거가 예정돼 있다. 국민을 위해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정국 해결 대통령 결단에 달려
방송4법에 이어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까지 재의요구를 하게 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법안 수는 총 21건이 된다. 1987년 개헌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이승만 정부 때 45건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범야권 192석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까지 낮은 상황에서 별다른 타개책이 없다는 의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가 없다”면서 “국회 내 모든 것을 당에 넘기고 한동훈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대신 한 대표는 야당과 마주 앉아 채해병, 방송법 등 몇 가지 큰 덩어리 이슈를 갖고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그게 현재 여당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들 모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기 자식이나 형제를 감옥에 보내야 했다”면서 “윤 대통령도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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