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한 무대에 혼란스러운 이방인들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7.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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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열리면 한 남자가 새장을 들고 있고 무대에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장을 사서 새를 풀어주라고 호객하는 상인에게서 그것을 구매한 남자는 "누군가는 가두고, 누군가는 풀어주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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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연극 '당연한 바깥'
경계 넘나드는 탈북자 다뤄
8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극 '당연한 바깥'의 한 장면. ⓒ박태양

막이 열리면 한 남자가 새장을 들고 있고 무대에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장을 사서 새를 풀어주라고 호객하는 상인에게서 그것을 구매한 남자는 "누군가는 가두고, 누군가는 풀어주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죠"라고 말한다. 수년 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사람이 그에게 묻는다. "그 '함께'에 새들도 포함되는 건가요?"

이방인인 탈북자들이 손쉽게 대상화되는 모습을 그린 연극 '당연한 바깥'(연출 송정안)이 공연 중이다.

연극은 자식과 헤어진 탈북 여성(강지은)이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에게 애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중 스페인대사관으로 난입한 그는 대사관에 들어서는 순간 자식과 생이별했다. 공안이 간발의 차이로 철문 앞에서 아이를 채 갔기 때문이다. 여자는 현재 국정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아이는 북한에 협력적인 중국에 의해 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다.

'당연한 바깥'은 경계를 넘어선 이방인들이 철저히 대상화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정원 요원 종우(우범진)와 서진(김효진)은 여자의 아이가 북송되지 않게 힘쓰지만 한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돕는다. 국내 선거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아이를 볼모로 여자에게 거짓 기자회견을 강요하기도 한다.

"우릴 믿고 기다려요…. 아이를 만나려거든, 부인은 내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알겠어요?"

긴 직사각형 형태인 '당연한 바깥'의 무대는 가운데 부분이 좌우 양쪽보다 높게 솟아 있다. 한반도를 가른 휴전선처럼 두 공간을 구분 짓는 경계를 표현한 것으로 느껴진다. 인물들은 그 요철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가, 경계 위에 섰다가, 양쪽을 넘나들며 작품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연극은 등장인물들의 정체를 점진적으로 드러내며 갈등을 복합적으로 전개한다. 여자가 돈을 받고 북한 주민들을 탈북시키는 브로커였다는 것, 종우가 북한에서 자란 재북 화교였다는 것, 여자를 돌보던 의사(공상아) 역시 고등학교 때 남한에 온 탈북자라는 것이 공개되고, 그들을 나눴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진다.

'당연한 바깥'은 알레고리(어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그와 유사성을 가진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에 힘을 준 작품이다. 이물질이 들어오면 속살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을 겹겹이 감싸는 진주조개의 이야기는 중국과 라오스,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당하는 탈북자들을 암시하고, 자꾸 일어나는 지진은 이방인들이 겪는 혼란, 경계를 넘나드는 탈북자들이 사회 안팎에서 일으키는 균열을 나타낸다.

특히 주인공 여자 역을 맡은 배우 강지은은 자식과 생이별한 어머니에서 잔뼈가 굵은 탈북 브로커, 국정원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으로 변모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한다. 북한군 청년(장석환) 등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양강도 혜산 출신 탈북자들에게 감수를 받아 구현하는 이북 사투리는 실제 북한 사람의 말처럼 생생하다.

알레고리들이 다소 설명적으로 제시돼 이질감이 드는 것은 아쉽다. 새장 속 새와 진주조개, 지진과 균열 이야기가 작품에 녹아들어 주제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사용하기 위해 연극 전체가 끌려가는 모양새다.

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이 제작한 '당연한 바깥'은 오는 8월 4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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