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 안 하면 야구 안 시킨다" 독하고도 따뜻한 KIA 육성의 힘, '40경기 0안타' 백업이 1년 만에 '3할 타자'로 성장했다
더 무서운 건 이들 중 한두 명이 빠져도 그 공백을 느낄 수 없는 탄탄한 뎁스에 있다. 덕분에 KIA는 경기 후반 강력한 대타 자원을 통해 경기를 뒤집는 일도 많다. 실제로 올해 7월 28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7회까지 지고 있는 경기 승률이 1할 9푼 4리(7승 2무 29패)로 리그 1위다.
데뷔 5년 차를 맞은 슈퍼 백업 홍종표(24)가 대표적이다. 올해 홍종표는 66경기 타율 0.310(84타수 26안타), 출루율 0.363 장타율 0.429로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 후반 신스틸러로 거듭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2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2-5로 뒤진 9회 초 1사 1, 3루에서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2타점 적시 3루타로 1만 6000명의 만원 관중을 열광케 했다.
시즌 전만 해도 홍종표에게 이러한 활약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홍종표는 동막초-영남중-강릉고 졸업 후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6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준수한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로 주목받았으나, 데뷔 초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후 복귀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주로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만 쓰이며 40경기 12타수 동안 안타를 한 개도 치지 못하면서 흔한 백업 자원에 머무는 듯했다.
그랬던 0할 타자가 1년 만에 3할 타자로 탈바꿈한 데에는 KIA 지도자들의 영향이 컸다. 28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홍종표는 "기술적으로 바뀐 건 없다. 멘탈적으로 달라진 것이 크다"며 "2군 캠프 때 윤해진 코치님이 1군에 올라가면 어떻게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 많이 도와주셨다"고 가장 먼저 윤해진(35) 현 KIA 잔류군 수비 코치의 이름을 꺼냈다.
윤해진 코치는 빠른 발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능력으로 KIA에서만 8시즌 동안 활약하다 2020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현역 시절에는 대타로 나와 쏠쏠한 활약을 하기도 했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홍종표의 정신적 성장에 도움을 줬다.
홍종표는 "윤 코치님도 현역 시절 커리어 초반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아니라 나처럼 1군과 2군을 오고 가는 백업으로 시작하셨다고 들었다. 플레이 스타일도 나랑 비슷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코치님이 '네가 2군에서만 있을 건 아니지 않냐, 1군 가면 대타로 나설 일도 많을 거다'라는 말과 함께 매 경기가 끝나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보통 백업들은 후반에 나가면 경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다. 윤 코치님은 내게 '그럴 때 더 잘하려고 하면 몸이 경직된다, 초구부터 삼진 먹어도 된다는 마인드로 가볍고 자신 있게 돌려'라고 하셨다. 그동안은 못 치면 무조건 많이 치고, 실책하면 무조건 펑고를 많이 받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의 내가 뭐가 부족한지 확실히 알고 하면 더 쉽다는 걸 깨우쳤다"고 설명했다.
신체적으로 조금 더 원숙해진 부분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며 커진 것이 아니었다. 손승락(42) 현 KIA 1군 수석코치의 공이 컸다. 시즌 초 KIA 퓨처스팀 감독을 맡고 있던 손승락 코치의 채근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홍종표는 없었다.
홍종표는 "사실 이전에는 (플레이 스타일상)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내게 그렇게까지 옆에서 웨이트 하라고 밀어붙인 분도 없었다. 하지만 손승락 코치님은 달랐다"고 지난겨울을 떠올렸다.
이어 "당시 손 코치님은 내게 야구하지 말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라고 하셨다. 손 코치님은 내게 '힘이 없으면 1군에서 절대 상대 투수를 이길 수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 그 뒤엔 알아서 네 퍼포먼스가 나올 거'라고 하셨다"며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안 하면 손 코치님은 야구를 안 시켜주셨다. '웨이트 열심히 하면 야구하게 해주겠다'고 끊임없이 말씀하셔서 지난겨울 정말 마음 잡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겨울에 열심히 한 덕분에 올해는 타구의 질도 운동장에서 힘도 달라진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IA 이범호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이 육성의 화룡점정이었다. 불안한 입지와 팀 분위기에 눈치를 많이 봤던 홍종표는 이범호 감독 체제에서 꽃을 피웠다. 홍종표는 "올해도 처음 올라왔을 때는 스스로 경직돼서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많이 못 보여줬다. 하지만 좋은 팀 분위기 속에 확실히 많은 경기를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범호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감독님마다 성향이 다른데 솔직히 선수들끼리 분위기가 좋아도 감독님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으시면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플레이에 부담을 느낀다. 나는 특히 그런 분위기일 때 위축이 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잘하는 플레이를 한다. 감독님께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지금 우리 팀이 잘하는 이유도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은 덕분도 있다"고 이범호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각기 다른 지도자의 관심과 코칭 속에 성장한 홍종표는 퓨처스 타격왕을 목표로 했던 시즌 전 목표를 살짝 수정했다. 끝까지 1군에 남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1군에는 조금 늦게 올라갈 거라 생각하고 목표를 2군 타격왕으로 잡았었다. 퓨처스리그부터 평정해야 1군에 가서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박)정우 형이랑 누가 1위를 하든 같이 퓨처스 타격 1, 2위를 해보자고 약속했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1군 무대에 있으니 꾸준히 출전해서 주전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일단은 우승을 해보고 싶다. (양)현종 선배님이 '한국시리즈는 공기가 다르다. 경험해 본 사람은 평생 못 잊는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시절 매번 결승만 가고 우승은 하지 못했는데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우승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전국 어딜 가든 구장을 꽉꽉 채워주는 KIA 팬들은 홍종표를 더 펄펄 날게 한다. 홍종표는 "나는 솔직히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 힘을 더 얻는 스타일이다. 팬분들이 주시는 선물도 있지만, 주시는 편지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본다. 뛰다 보면 쉬고 싶고 지칠 때도 있는데 팬분들의 편지를 읽으면 힘들다가도 힘이 난다"며 "지금도 난 팬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팬서비스도 잘해서 그 사랑에 열심히 보답하려 한다. 흔히 팬들을 '10번 타자'라고 하지 않나. 관중석과 우리가 있는 필드가 조금 떨어져 있어도 팬들이 가족 같고, 팬들과 함께 야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야구를 시즌 끝까지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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