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접어든 수단 내전, 성폭력 참상 속속 드러나
군벌 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수단에서 여성을 향한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성폭행, 강제 결혼, 조혼(아동 결혼) 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8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군벌 신속지원군(RSF)이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벌인 성폭력 정황이 담겼다. 수단에선 지난해 4월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사이 내전이 벌어지며 신속지원군이 하르툼을 사실상 장악했다. 그 이후 신속지원군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해졌다는 우려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구체적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HRW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하르툼의 의료 종사자, 사회복지사, 상담사, 변호사, 자원봉사자 등과 42차례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성폭력 생존자 262명의 사례가 보고서에 기록됐다. 이들의 연령은 9세~60세다.
개중에는 신속지원군 대원들이 가족들 앞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했고, 아동을 비롯한 여성들이 강제로 결혼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머니가 딸을 보호하려다 피해를 입기도 했으며, 피해자를 도우려던 자원봉사자들도 성폭력을 당했다. 강제로 구금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성인 남성과 남자 아동도 있다.
성폭력이 초래한 신체적 부상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도 최소 4건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으나 사후피임이나 적절한 임신 중지 조치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한 보고서는 성폭력 생존자가 겪는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이들은 자살 생각, 불안, 두려움, 불면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건강 관리, 심리적 지원 등 이들을 사후적으로 도울 방법은 크게 부족하다. 성폭력 생존자 40명 이상을 지원한 한 정신과 의사는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 사실을 막 알게 된 생존자와 대화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떨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이 가족의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그는 나에게 ‘내 상황을 알게 되면 가족들이 나를 죽일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피해가 접수돼 피해자의 행방을 찾아나서려 했으나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한 여성(20)은 “신속지원군의 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개월 동안 베개 밑에 칼을 두고 잤다. 신속지원군 지배 아래 하르툼에서 사는 여성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HRW에 따르면, 신속지원군 측은 자신들이 하르툼 소재 병원과 의료시설을 점거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대원들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고도 밝히지 않았다.
HRW는 군이 의료 종사자와 지역사회 활동가, 의료 시설을 공격하는 건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과 아프리카연합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레티시아 바더 HRW 아프리카 부국장은 “유엔과 아프리카 연합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 나서야 하며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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