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되면 특검법 발의” 한동훈 ‘조용’···야당 “우리가 발의해주겠다” ‘압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지며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언했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는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한 대표와 친한동훈(친한)계에서는 “1인 정당이 아니지 않느냐”며 당내 의견 수렴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29일 MBN 인터뷰에서 “제3자 특검법,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특검을 말하는 것인데 이 정도로 해야 국민께서 오해를 푸실 것이고 당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려고 한다. 발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겠다”고 했다. 특검법 발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의 말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대표 선출 직후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부결을 거치며 ‘제1현안’으로 떠올랐지만 ‘한동훈안’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대표 주변 인사들의 발언에선 ‘후퇴’ 기류만 확인된다.
정광재 전 한동훈 캠프 대변인은 29일 KBS라디오에서 “친한동훈계 의원 이름으로 발의를 한다거나 이런 건 생각하고 계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향적으로 판을 바꿔서 국민께 소상히 설명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 않겠나”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당대표 취임 이후인 지난 25일 자신의 자체 특검법에 대해 “우리는 민주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처럼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듯한 취지로 말했다. 한 대표의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지난 25일 SBS 라디오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만약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더이상 필요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입장들은 한 대표의 기존 발언과 뉘앙스의 차이가 크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누차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 추진을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며 과거 대법원장이 특검을 지정한 전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가 특검법 이슈에서 거리를 두는 것은 대통령실과의 관계 악화, 당내 반발 등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 추진 입장을 밝힌 뒤부터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펼쳐왔다. 당론으로 추인을 받기 위해서는 원내지도부와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숙제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을 발의하겠다고 하는 건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한다는 의미”라며 “그렇다면 이 부분은 결국은 원내대표와 협의를 해서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꾸물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야당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농단 의혹이 점차 구체화 되고 있고 새로운 사실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어서 이런 내용들을 포함해 보다 강력한 특검법 재발의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천하람(개혁신당 원내대표)안 등 제3의 대안이 제기된 것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열어놓고 있다. 7월 국회를 마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 본인이 직접 해병대 특검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처럼 했지 않나”라며 “정확히 한 대표가 바라는 게 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한 대표가 지금까지 했던 말들을 조합해가지고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내면 한 대표와 그를 따르는 17인 정도로 알려진 사람들이 통과에 협조하겠느냐’고 2주째 물어보는데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대표에 대해 “당연히 ‘윤 대통령과 나는 다르다’는 차별화를 할 줄 알았다”며 “지금 보면 한 대표는 대통령과 진지하게 각을 세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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