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표로 파리올림픽 나선 ‘중국 탁구 할머니’···“졌지만 꿈 이뤘다”

김세훈 기자 2024. 7. 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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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타니아 쩡이 지난 27일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예선전에서 실점하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AFP

58세에 타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칠레 탁구 국가대표로 파리올림픽에 나선 중국 국가대표 출신 타니아 쩡(1966년생) 스토리다.

쩡은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예선에서 마리아나 사하키안(레바논)에 세트스코어 1-4로 패했다. 늦깎이 올림픽 첫 도전은 이걸로 끝났다. 쩡은 “30년 만에 탁구로 돌아와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이뤘다”며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지 못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는 AFP통신에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할 뜻을 밝혔다.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몸이 멈추라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8년 LA올림픽에서 그는 62세가 된다.

타니아 쩡은 중국 광저우 출신으로 원래 이름은 쩡즈잉이다. 그는 9살에 처음 탁구라켓을 잡았다. 어머니가 탁구 코치였다. 쩡은 1983년 중국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1984년 LA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은 대회를 보이콧했다. 결국 1986년 20세 때 은퇴하고 3년 뒤 칠레로 이주했다.

그는 칠레에서 가구회사를 차렸다. 쩡은 1989년 칠레 북부 아리카에서 학교 아이들에게 탁구를 지도했고 2003년에는 비디오 게임에 빠진 아들과 탁구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약되자 쩡은 본격적으로 탁구에 몰두했다. 쩡은 지역 탁구대회에 출전해 우승행진을 이어갔고 지난해 칠레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2023년 남미선수권대회에서 개인, 단체전 금메달과 2023 팬아메리칸게임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덕분에 꿈에 그린 파리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칠레 팬들은 그를 ‘탁구 할머니’라고 부르며 응원했다.

쩡은 “중국에선 꿈(올림픽 출전)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칠레에서 꿈을 이뤘다”며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쩡은 “어릴 때 사람들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올림픽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딸이 올림픽에 나서는 걸 아버지가 보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쩡은 칠레에서 35년 동안 살며 칠레 사람들과 동화됐다. 그는 ‘타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칠레 요리인 팬트루카를 좋아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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