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상반기 호실적에도 지속 가능성 물음표…이유는

정윤성 기자 2024. 7. 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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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카드사 순익 25.5% 증가…비용효율화·카드론 효과
2% 육박 연체율 여전…‘불황형 호실적’ 외줄타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상반기 실적이 공개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자 비용을 줄이고 내실경영 기조로 전환한 영향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하지만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불황형 호실적이 이어지긴 어렵다는 우려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19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4곳이 모두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카드사별로 하나카드가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60.6% 급등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32.6% 증가했고,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각각 24.8%, 19.7% 상승했다. 우리카드는 2.4% 늘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1984억원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올 들어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를 비롯해 본업인 신용판매 시장 영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용 효율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일반관리비는 28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20억원)에 비해 110억원가량 줄었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으로 여겨지는 무이자 할부 혜택도 최대 3~5개월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 2022년 말 최대 12개월 무이자 혜택까지 찾아볼 수 있던 점을 감안하면 허리띠를 강하게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수익성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 효과도 봤다. 카드사들의 무수익 사업 중 하나인 국세·지방세 취급액을 보면, 국민·하나·삼성카드의 취급 잔액이 모두 줄었다. 삼성카드의 개인회원 국세·지방세 취급액은 상반기 말 기준 3조34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하나카드와 국민카드 역시 같은 기간 잔액이 각각 11.2%, 2.5% 줄었다.

반면 금리가 높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금융자산은 늘었다. 이들 5개 카드사의 6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27조171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6월(26조397억원) 대비 1조1322억원(4%) 증가했다. 리볼빙 잔액 역시 같은 기간 5조882억원에서 5조2562억원으로 3% 가량 증가했다.

특히 카드사들 중에서도 신용판매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쳐온 삼성카드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4조4043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3.7% 증가했다. 반면 신용판매 이용금액은 72조7397억원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21.4%에서 22.9%로 1.5% 늘었다.

통상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불린다. 올 들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업황 악화와 건전성 우려로 보수적인 대출 영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중·저신용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권 내 금융기관이 카드사가 유일해지자 늘어난 카드론 수요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카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성장세 아냐…수익성·건전성 우려 여전

카드사의 호실적은 업황이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카드론 수요를 흡수해 수익을 쌓은 반사이익에 가깝다. 가맹점 수수료 개편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신용판매 사업의 수익성 개선도 요원한 상황에서 불황형 호실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비카드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향후 수익성과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론 등 금융자산을 늘린 결과 카드사들의 연체율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상반기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83%로, 2%에 바짝 다가선 상황이다. 우리카드도 1.73%의 높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 이어 신한카드가 1.44%, 국민카드가 1.29%, 삼성카드가 0.99%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통상 경기침체 등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카드사의 연체율이 2%에 진입하면 위험수준으로 여긴다.

카드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4개 카드사는 올 1분기 대출채권 매매이익으로 9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거둬들인 매매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이들 카드사의 2분기 연체율은 지난 1분기보다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카드론 등 금융자산 취급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연체 채권 회수율은 떨어지고 있다. 건전성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카드의 경우 30일 이하의 단기 연체 채권 회수율이 65%로 2년 전(72.7%)에 비해 악화되는 흐름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을 효율화에 따른 체질 개선이 이루어졌고, 회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수익성이 높은 카드론 증가 영향도 있었다"며 "다만 조달 금리가 안정화되지 않았고 본업 영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사업 다각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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