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원식 의장, 사도광산 ‘강제노동’ 표현 삭제 관련 외교부에 사실 확인 요청

박하얀·민서영 기자 2024. 7. 29. 16: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28일 소다유코 출구 모습. 사도 광산 내부는 에도시대 흔적이 남은 ‘소다유코’와 근현대 유산인 ‘도유코’로 나뉜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강제노동’ 표현을 삭제키로 일본과 협의했는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를 따져보자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회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거부했다.

우 의장은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과 관련한 표현을 일본 정부와 협의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외통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을 통해 외교부에 요청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의장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된 결의안인데 외교부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 역사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우 의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에서도 전면에 나서 의견을 피력해왔다.

민주당 외통위원들도 전날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전체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이날 오후 민주당 외통위원들에게 오는 30일 이 문제와 관련된 회의 소집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등재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를 잘했다’고 본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민주당 측은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사도광산 등재를 두고 한·일 양국 정부가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와 관련해 현지 전시시설에서 ‘강제노동’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당시의 생활상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사전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2024.06.25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는 지난 25일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재석 225명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이는 22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찬성표를 던져 본회의를 넘은 첫 결의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불과 사흘 만에 결의안과 역행하는 방향으로 일본 정부와 협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정부가 강제노동 표현을 삭제하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공식 대응할 방침이다.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던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협의) 과정에서 강제성 문제에 대해 (정부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왜 만장일치로 표결 없이 결정됐는지, 2023년에 한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 됐는데도 이번에 왜 반대토론을 하지 않았는지,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뒷통수 맞은 경험도 있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등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통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청문회도 할 수 있고 국정감사 때도 다뤄야 한다”고 했다. 외통위 소속 또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상임위 차원을 넘어서 국회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추가로 낼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따로 (논평이나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며 “다른 현안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내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우리 정부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일관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