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3선 성공···‘부정 선거’ 의혹에 야권 불복
‘야권 압승’ 출구 조사와 다른 대선 결과
불복 시민들 반정부 시위 등 후폭풍 예고
베네수엘라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62)이 3선에 성공하며 총 18년의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가 비공식 출구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고 부정선거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돼 야권이 불복을 선언하면서 당분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관위 위원장은 29일 오전 12시10분쯤(현지시간) “80%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그의 당선을 확정했다. 아모로소 위원장은 ‘민주야권연합’(PUD)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75)는 44.2%의 득표율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59%였다. 유권자는 약 1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버스 기사,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13년 처음 당선된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10일부터 6년간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그가 무사히 임기를 마치면 18년 장기 집권에 성공하게 된다.
베네수엘라 좌파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그는 주변국 좌파 정권과 연대 강화, 석유 산업 개발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PUD는 선관위 발표에 불복하고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전 세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며 여당과 친마두로 인사들이 장악한 선관위가 대선 결과를 조작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도 “전체 투표함 중 약 40%의 개표 결과를 입수했다.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말했다.
야권이 반발하는 것은 대선 전후 여론·출구조사 결과에서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압승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기반의 여론조사기관이 시행한 비공식 출구조사에서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65%를 득표해 마두로 대통령(31%)을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투표 전 보도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10~20%대에 불과했지만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지지율은 50%대였다.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나시오날은 “투표가 끝난 후 민주야권 측 시민 그룹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개표 장소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물리적인 충돌과 (선관위 측) 폭언도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투표소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가량 일찍 투표함이 기습 설치되는 일도 있었다.
야권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마두로 정권이 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교묘한 술책을 썼다며 비판했다. 여권이 장악한 사법부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마차도에게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를 지지했다는 혐의를 씌워 15년간 그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야권은 소속 후보가 선거 운동을 위해 공영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제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투표 결과에 불복한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정부가 이를 탄압하면서 국가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선 확정 후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베네수엘라에는 평화와 안정, 법과 정의에 대한 존중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폭력의 소용돌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연설했다.
이미 지난 10년간 700만명 이상이 탈출한 베네수엘라에서 추가 해외 이민자가 대거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ORC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베네수엘라 국민 17%는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패하면 이민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대선의 공정성과 합법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선관위가 발표한 대선 결과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검증할 수 없는 선거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과정의 완전한 투명성”이라고 했고,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당혹스럽다. 선거 결과가 접근 가능한 문서를 통해 검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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