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신약 절실한 불모지 개척"

구단비 기자 2024. 7.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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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개발 현황/그래픽=김다나

뚜렷한 원인도 해결책도 없어 고통받고 있는 특발성폐섬유증(IPF) 환자들을 위한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빅파마인 베링거인겔하임은 물론 국내 기업중에서는 대웅제약과 일동제약도 관련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른기침으로 시작돼 폐가 서서히 굳는 특발성폐섬유증은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난치병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DWN12088) 임상 2상의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임상 2상은 기존 치료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을 중단한 40대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24주 동안 진행된다. 현재 모집 목표 인원 약 60%를 모집했다. 내년까지 임상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특발성폐섬유증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10만명당 13명 정도 발생한다. 발생 원인을 알 수 없고 근본적인 치료제도 없다. 기존 치료제로 일동제약의 '피레스파'(피르페니돈)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닌테다닙)가 있지만 원인을 해결하는 것보단 지연만이 가능해 미충족 수요가 높다. 업계는 특발성폐섬유증 시장 규모가 2030년 기준 약 8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웅제약은 세계 최초 신약(퍼스트인클래스)으로 베르시포로신을 개발 중이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콜라겐 생성과 섬유화 유발 인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킨다. 즉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내년 1월 특허 만료를 앞둔 오페브의 제네릭(복제약) 개발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의 'DWJ1531정'은 닌텐다닙 성분으로 현재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해 이번 달 완료될 예정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신약과 제네릭 모두 개발 중으로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도 추가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오페브로 약 5조원의 매출을 거둔 베링거인겔하임은 신약 후보물질 'BI 1015550'을 개발 중이다. BI 1015550은 포스포디에스테라제 4B(PDE4B) 저해제 후보물질로 질병 진행 중단 효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글로벌 임상은 3상 환자모집 단계를 마무리했다.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능만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원 이상) 의약품 목록에 이름을 올린 베링거인겔하임은 잠재적으로 질병 진행 중단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레스파를 판매하는 일동제약도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에서 신약 후보물질 'IL1512'를 개발 중이다. IL1512는 케모카인 수용체 중 염증 유발과 섬유화에 관여하는 CXCR7을 활용해 섬유아세포 활성화, 조직 복구, 혈관 신생 등 폐섬유증의 진행 과정을 조절한다.

올해 하반기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독성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상업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 심사,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동시에 오페브 제네릭 개발에도 나섰다. 식약처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일동닌텐다닙'과 오페브를 비교하는 생동성시험을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들은 평생 기침을 달고 살거나 작은 활동에도 숨이 가빠지는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발병 원인도, 치료 방법도 없어 고통을 겪고 있어 신약 개발이 절실한 불모지"라고 말했다. 이어 "제한적인 치료 옵션 해소를 위해 여러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개발 이후 전 세계적인 매출도 보장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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