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대법 기업 사건 변론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올해 1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사진기자단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양승태(76·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형사 사건의 변론을 맡은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변호사로 정식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5월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가 심리 중인 대형 건설사 한신공영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제출했다. 한신공영은 2019년 부산의 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2명이 추락사한 사건으로 기소됐다.

한신공영은 공사 현장의 위험을 예방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상고한 사건의 변론을 양 전 대법원장이 맡은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재 소속 중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다른 변호사들 및 대형 로펌인 세종과 공동으로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1~2017년 대법원장을 지낸 양 전 대법원장은 퇴임 7년 만인 지난 5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등록 승인을 받고 클라스한결의 고문 변호사로 합류했다. 퇴임한 대법원장이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최근에는 없었던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전임자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후임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9월 11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