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쉬워 10연패지, 무려 36년간 지켜온 왕좌, 한국 여자양궁 왜 강한가?[SS 포커스]
[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1등 공신으로 꼽히던 류현진(37·한화)이 생후 180일 남짓 지났을 때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올해만 몇 개의 우승을 차지한 이강인(23)은 책이나 유튜브로만 보던 얘기다. 36년째 왕좌를 놓지 않은 장기집권. 왕위는 계승됐고, 그것도 ‘무경험자’들이 지켜내 더 값지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을 도입한 건 1998년 서울 대회때부터. 양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4년 LA 올림픽에서 당시 17세 소녀이던 서향순이 한국 역사상 첫 올림픽 여성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새겼고, 서울에서 열린 1998년 대회에서는 ‘양궁의 신’ 김수녕을 비롯해 왕희경 윤영숙이 단체전 초대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36년이 흐른 2024년. 근대 올림픽 창시자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파인 피에르 쿠베르탱의 고국에서 생애 처음 올림피언이 된 ‘태극신궁’ 전훈영(30·인천시청) 임시현(21·한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이 중국을 슛오프 끝에 세트스코어 5-4로 누르고 1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단체전이 생긴이래 단 한 번도 여자 단체전 왕좌를 빼앗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림픽 포디움보다 높은 태극마크 획득
우려가 컸던 게 사실.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로 단체전을 치르니, 전무후무한 10연패 대업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세계랭킹으로 전망한 메달 후보군에 태극 궁사들은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3관왕에 빛나는 임시현이 세계랭킹 2위로 그나마 ‘태극 궁사’에 걸맞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전훈영(21위) 남수현(61위) 등은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강채영(6위) 최미선(7위)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 영웅 안산(14위)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그러나 한국 양궁 대표팀은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는 것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게 훨씬 어려운 자리다. 첫 출전 결승전, 그것도 슛오프에서 극적인 ‘텐(10점)’을 쏜 전훈영은 “3차에 걸친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이다.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게 당연하지만, 치열한 관문을 자신의 힘으로 뚫고 여기까지 온 선수들이다. 짧지 않은 선발전, 평가전을 다 뚫은 공정함을 바탕으로 (주눅들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라는 자부심은 객관적 전력을 상쇄하는 힘이 있다는 의미다.
◇빛난 시스템 ‘지원은 확실히 운영은 공정하게’
태극마크만 달면 올림픽에서 금빛 과녁을 명중할 수 있는 건 대한양궁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덕분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워낙 치열한데도 양궁은 파벌이나 학연, 지연 등에 의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종목으로 유명하다.
1985년부터 양궁협회를 사실상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철학이 40년간 한 방향으로 계승된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원은 확실하게 하지만, 선수 선발이나 협회 운영 등은 철저히 전문가에게 맡기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풍부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운영하니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원칙 속에 운영할 기반이 조성된 셈이다.
국가대표 선발전만 세 차례 치르고, 두 번의 국내 평가전을 통해 대회 멤버를 구성하는 건 ‘멤버가 바뀌어도 실력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한국 양궁의 전통을 유지하는 힘이다. 코치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하니, 파벌이나 지연, 학연 등의 잡음이 나올 틈이 없다.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된다’는 원칙을 고수하니, 전 메달리스트에 대한 전관예우가 아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늦깎이 스타가 동시에 배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올림픽 10연패라는 만화 같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 일궈낸 진짜 배경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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