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도이치’ 공소장 3차례 ‘땜질’…1심 땐 왜 안 했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검찰이 총 3번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허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1심 재판부가 무죄로 본 부분을 보강했는데, 오는 9월로 다가온 항소심 선고 때 법원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 등을 보면,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지난해 5월26일·10월13일, 올해 5월16일 등 총 3차례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신청했다.
당초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을 기소하면서 통정·가장매매 및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혐의뿐 아니라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및 시장조작 유포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도 적용했다. 주식 거래를 짜고 한 것뿐 아니라 호재성 정보를 미리 유포하거나 소문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매수를 유도하는 행위도 불법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기소 당시 공소장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1만원 내지 2만원까지 무조건 간다”는 말을 유포하고, 도이치모터스의 외제차 에프터서비스(A/S) 진출 등 호재성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주는 등의 비정상적인 매수 권유행위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집하게 했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적용 법조를 보면 권 전 회장 등 9명 모두에게는 주식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고 주식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 시세를 이용한 혐의(자본시장법 178조 1항 1·3호 위반)를, 주포들(이아무개, 김아무개)에게는 주가가 누군가의 시장 조작으로 변동한다는 말을 유포한 혐의(자본시장법 176조 2항 2호 위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거짓시세 이용’ ‘시장 조작 유포’ 등에 해당하는지 공소사실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해당 행위에 대해 공소 기각 판단을 했다. 공소기각은 법원이 기소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고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시키는 절차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원 및 변호인들의 수차례 석명과 공소사실 명확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언제 어느 피고인이 어떠한 공모를 거쳐 어떠한 방식으로 위와 같은 말을 누구에게 유포 내지 유출하였다는 것인지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공판진행 중 검사에게 명확화를 권고하였으나 이에 관한 공소장 변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도중인 지난해 5월26일 검찰은 첫 공소장 변경 신청을 통해 범행 일시와 장소, 방법, 대상자, 구체적 언행 등 경위를 보강했다.
또 검찰은 기소 당시 공소장에 ‘시장 조작 유포’ 혐의(자본시장법 176조 2항 2호 위반)를 주포인 이씨와 김씨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기재하면서도, 본문에는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해당 법조가 적용되는 것처럼 썼다. 1심 재판부가 이 점을 판결문에서 지적하자 검찰은 지난해 10월13일 해당 법 조항을 이씨와 김씨를 비롯한 총 7명에게 적용해달라며 두번째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올해 5월16일 검찰은 세번째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전주 손아무개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으로 적용했다. 방조 혐의는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가 조작에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할 경우 적용할 수 있어 공범보다 범죄 혐의 입증이 쉽다. 손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이 관심을 끈 것은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도 주가 방어용 주문이 이뤄진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경우에도 권오수 전 회장에게 계좌를 빌려준 적이 있어 검찰이 두 사람을 방조 혐의로 기소할지 주목된다.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이 왜 1심에서 재판부의 요청대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애당초 검찰이 1심부터 공소유지를 꼼꼼히 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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