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자재 확보하기 위해선 남미 ‘ABC’ 맞춤 전략 세워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패권 경쟁 속에 원자재 보유국들이 광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집중 공략 중인 핵심 광물 보유국 ‘A(아르헨티나)·B(브라질)·C(칠레)’에 대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9일 발행한 ‘남미 배터리 광물 개발 환경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는 배터리 핵심 광물 매장·생산량이 풍부해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주요 공급망으로 꼽힌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는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보고서를 보면 칠레의 리튬 매장량은 9300킬로톤(㏏)으로 세계 1위, 연간 생산량은 44㏏으로 세계 2위다. 아르헨티나는 매장량 3600㏏으로 세계 3위, 연간 생산량은 9.6㏏으로 세계 4위다. 삼각지대 중 볼리비아는 리튬의 품질이나 정치적 불안정성 등으로 아르헨티나나 칠레보다 상업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흑연 매장량이 큰 국가로, 흑연뿐 아니라 니켈·망간·리튬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여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흑연 매장량은 7만4000㏏(세계 2위), 니켈 매장량은 1만6000㏏(세계 3위), 망간 매장량은 27만㏏(세계 4위), 리튬 매장량은 390㏏(세계 7위)에 달한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남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광물 외교를 바탕으로 비야디(BYD), 간펑리튬, 톈치리튬 등이 남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도 각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해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친화적인 투자 환경을 갖고 있지만 정치·경제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봤다. 보고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도 규제 철폐,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에 적극적이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과 초인플레이션, 높은 국가부채, 외화 부족 등 위험 요소가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역시 불법 채굴 등 현지의 제도 불안정성뿐 아니라 주민과의 갈등 요소도 위험 요소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광물 갈등은 792개 지역에서 발생했고, 약 69만명이 분쟁에 얽혀 있다. 상대적으로 칠레는 국유화 전략을 취했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호주로 이동하자 다시 외국인 투자에 유화적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포스코, 브라질에 진출한 현대차 등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역사회 기부금을 요구하는 곳들이 다수이며, 원주민 공동체와의 갈등 방지를 위해 해당 지역 인력 고용, 교육 훈련 지원, 식수 확보를 위한 우물 등 인프라 건설이 필요한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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