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공립형 대안학교 ‘단재고’ 아이비 프로그램 도입

오윤주 기자 2024. 7. 29. 15: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단재고. 충북교육청 제공

토의·토론, 발표, 과제 수행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 등을 뼈대로 한 충북형 공립 대안학교 단재고등학교(가칭) 밑그림이 나왔다. 단재고는 예정보다 1년 늦은 내년 3월 신입생 32명, 2학년 전입생 32명 등 64명 정원으로 개교한다. 하지만 교육·시민 단체 등은 애초 단재고 취지와 달리 기존 고교 교육과 크게 차별화된 교육 과정이 없다고 비판한다.

충북교육청은 2025년 개교할 단재고 교육과정·입학 전형이 충청북도 대안학교 설립·운영 위원회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단재고 교육 과정은 △보통 교과 △단재 교과 △미래 교과 등으로 이뤄졌다. 보통 교과는 국어·영어·수학 등 공통 과목 44학점으로 이뤄졌다. 단재 교과는 ‘단재와 나’, ‘단재의 삶과 사상’, ‘어울림 음악’ 등 38점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지역사회 봉사 등 창의적 체험(18학점)도 포함했다.

단재고의 미래 교과는 희망 진로 실현을 위한 심화 학습 형태인데, 국어·영어·수학·컴퓨터·세계사·스스로 과제 등 과목별로 세분해 운영할 참이다. 참고로 기존 교육 과정은 필수(94학점), 자율과정(80학점), 창의적 체험(18학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수업 기본 방향은 토의·토론, 발표, 프로젝트(과제) 수행이며, 주된 평가는 논술·서술형 등으로 진행한다. 정길재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 위원(교사)은 “교육 과정은 이름을 달리했을 뿐 기존 일반고 교육 과정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고, 토의·토론, 발표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 또한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일반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적 교육으로, 미래 교육을 위한 공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려 했던 단재고의 취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충북교육청은 단재고에 아이비(IB, 국제 바칼로레아) 고교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내년 개교와 함께 아이비 ‘관심학교’로 등록한 뒤 ‘후보 학교’ 신청을 거쳐 2027년께 ‘월드 스쿨 인증’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아이비 프로그램을 도입·적용할 계획이다. 아이비는 스위스 본부를 둔 교육재단 아이비오(IBO)가 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인데, 대구·제주 교육청 등이 도입·운영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단재고 말고도 초·중·고 9곳을 아이비 준비학교로 선정하고, 한동대와 교사 양성 업무 협약을 하기도 했다. 모지영 충북교육청 중등교육팀장은 “수업·평가·자기주도 학습 등 아이비 프로그램과 단재고의 교육 철학·방향 등이 다르지 않다”며 “내년 단재고에 아이비 프로그램 수업 평가 방법 등을 적용한 뒤 2027년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길재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 위원은 “아이비는 외부 공정 평가기관에서 평가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도 “대학 진학의 한 방편으로 운용하거나 일부 학생을 위해 너무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문제도 뚜렷하다.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재고는 내년 3월 신입생 32명, 전입생 32명 등 64명으로 출발한다. 신입생은 일반 전형(16명), 지역 우선(가덕·낭성·문의·미원·현도면 6명), 사회통합 전형(10명)으로 선발하는데, 오는 9월 26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교육단체 등이 꾸린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이 충북교육청에서 단재고 정상 개교를 촉구했다. 오윤주 기자

한편, 단재고는 진보성향 김병우 전 충북교육감 때인 지난 2018년부터 추진됐다. 교사 등은 충북대안교육연구회 등을 꾸려 교육과정 등을 연구했고, 2020년 교육부 대안학교 설립 교육과정 공모에 선정되면서 설립이 가시화됐다. 국비 등 162억원을 들여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옛 가덕중 터 2만2141㎡에 학교를 설립한 뒤 2024년 3월 개교한다는 충북교육청의 계획은 지난 2020년 12월 교육부 재정투자 심의까지 통과했다.

이곳은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의 고향으로, 단재 선생 등이 세웠던 교육기관 ‘산동학당’과 지척이다. 하지만 윤 교육감이 당선한 이후 지난해 12월 단재고 개교·교육과정 전면 재설정을 결정했고, 개교 시기도 2024년에서 2025년 3월로 수정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