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이준석 시즌2? ‘뇌관 정점식’ 尹-韓 화해 막는 암초들

박성의 기자 2024. 7. 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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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 전망에 친윤계 단체 반발 조짐
‘反韓’ 홍준표 등도 세 결집 시도…‘윤심’은 관망 모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낙선 후보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이같이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와 '러브샷'을 한 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한 대표를)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후 '허니문' 기간을 갖을 것으로 예측됐던 국민의힘 내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친윤(親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을 둘러싸고 당의 내홍 기류가 감지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반한(反한동훈) 선봉장인 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동훈 대표를 흔들려는 친윤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도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부 구성 둘러싼 與 '계파 힘겨루기'

당권을 쥔 한 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지도부 인선'이다. 원외에 머물고 있는 한 대표는 당내 세가 적다. 이에 지도부에 '누구'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한동훈의 운명'도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선 한 대표는 29일 여당 사무총장에 '부산·경남(PK) 재선' 서범수 의원을 임명했다.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은 실세로 분류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권성동‧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가 독점해온 자리다. 반면 이번엔 임명된 서 의원은 계파 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친한(親한동훈)계로 분류된다.

실세 한 자리를 친한계가 가져가면서, 다음 정치권의 관심은 '정책위의장 인선'에 쏠려있다. 당연직 최고위원을 겸하는 정책위의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당 의사결정 및 운영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 9명 가운데 친한계는 한 대표를 포함해 선출직 최고위원 2명(장동혁·진종오)과 추후 임명될 지명직 최고위원 1명(미정) 등 모두 4명이다. 친윤계도 추경호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3명(김재원·인요한·김민전) 등 4명이다.

이에 친한계에서는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교체해 5명의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최고위원 지도부 중 한 명인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 당 대표가 임명할 수 있다.

사무총장을 뺏긴 친윤계는 '정책위의장 사수'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당헌을 근거로 한 대표의 정책위의장 교체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하며 임기는 1년'이라는 당헌 68조 4항과 5항을 들어 한 대표가 정 정책위의장 교체를 주도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친윤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바꾸려고 하고, 임기 1년 규정이 있는 정책위의장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에는 굉장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상임 전국위원회에 가서 당헌을 해석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밝혔다.

반면 친한계는 당헌 25조 4항 "당 대표는 당직자 인사에 관하여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는 점을 들어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 직을 교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역시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선과 관련해 "지난 총선과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여주신 민심과 당심은 분명히 제게 변화를 요구했다"며 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반한' 홍준표 움직임 본격화…'윤심'은?

이런 가운데 원외의 '반한 연대'가 본격적인 세 결집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들이 25일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를 발족했다. 현재 당 소속 시·도지사는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등 12명이다. 이들 중 홍준표 시장, 김태흠 지사, 이철우 지사 등은 노골적으로 '한동훈 지도부'를 비판해온 인물들이다.

정치권에선 시점이 미묘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훈 지도부가 출범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들이 협의회를 발족했다. 특히 이들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등 지역 행정을 넘어 대통령실‧당과 소통 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린 한동훈 지도부에게 당의 운전대를 온전히 맡기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친윤계 홍 시장 등이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낼 경우 한 대표가 선언한 '당정 관계 수평 재정립' 등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시장도 '여의도 정치' 참여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영 논리에 묻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분간치 못하고, 패거리 지어 매일같이 서로 물어뜯는 일에만 집중하는 지금 이대로 가도 되는가"라며 "암울한 니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시대를 어찌 넘어가야 하는가"라고 적었다.

여당 운영의 방향타를 둔 내홍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당의 화합'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당대회 다음 날 이뤄진 만찬 이후 윤 대통령은 당과 관련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취재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모두 '대통령-당 대표 단독 회담'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일각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총선 전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 대처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의 '검찰 비공개 소환 조사'를 두고도 대통령실이 "특혜 주장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며 각을 세웠다.

만약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불화가 다시금 고개를 들 경우, 지도부 교체를 둘러싼 당의 내홍이 더 격화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친윤계와 친한계가 미묘하게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이 갈등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에서 미래권력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며 "이에 윤 대통령도 일단은 현 체제를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을 꺼내 드는 순간 등을 돌리며 '한동훈 체제'를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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