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수도 공격 만지작···국제사회 “확전 자제” 압박
이스라엘이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희생된 골란고원 로켓 공격의 주체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목하며 보복 조치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격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며 국제사회는 중동지역 내 확전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베이루트를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베이루트를 공격하는 선택지를 포함해 군사적 대응책을 4시간 가까이 논의했고, 대응 수위와 시기에 대한 결정권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위임했다.
미국 정부는 베이루트 공격 시 “상황이 통제 불능에 빠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당국자는 “우리는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격이 헤즈볼라에게 잠재적인 ‘레드라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 고문은 전날 갈란트 장관에게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를 공격하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으로 맞설 것이며, 이는 심각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양측의 충돌이 격화돼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재개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제사회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하고 있으며 충돌이 악화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이집트 정부도 중동지역 내 확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반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에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에 빼앗긴 시리아도 “이스라엘이 이 지역 내 긴장 확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12명이 죽고 44명이 다쳤다. 사망자 전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병합 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공격이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점령한 산악지대로, 이스라엘은 1981년 이곳을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로켓이 떨어진 곳은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드루즈’를 믿는 시리아계 드루즈인 공동체로, 드루즈인은 골란고원 전체 인구 4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세기 넘는 이스라엘의 지배에도 일부 드루즈인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거부하며 시리아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희생자들이 이스라엘 국적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로켓 공격 후 이곳을 찾은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에게 “당신들이 범인”이라며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항의했다. 미 CNN은 이날 열린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을 촉발한 “가자지구 미친 전쟁”의 종식을 촉구하는 외침이 울려퍼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산 로켓이 우리 아들과 딸들을 살해했다”며 공격 주체로 헤즈볼라는 지목하고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 여러 곳에 이틀째 보복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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