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본회의장, 속타는 민생…'답정너' 필리버스터 곧 100시간

송상현 기자 2024. 7. 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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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이어지는 방송4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해진 결말을 향하고 있다.

오는 30일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되고 마지막 방송4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이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법안 강제 상정과 필리버스터 및 토론 강제종료, 재의요구권 행사와 법안 재의결 부결로 이어지는 22대 국회의 새로운 공식의 끝이 언제가 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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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필리버스터→표결→거부권→폐기' 22대 뉴노멀
두 달 만에 21대 4년간 필리버스터 법안 처리 넘길듯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4법 중 하나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닷새째 이어지는 방송4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해진 결말을 향하고 있다. 오는 30일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되고 마지막 방송4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이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여야가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상대당의 발언 때엔 본회의장을 비우는 등 타협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정쟁 법안에만 몰두하며 민생은 철저히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방송4법 중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됐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지난 25일 오후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29일 오후 3시 기준 94시간째를 향해 가고 있다.

다음날(30일) 오전 민주당이 강제 종결권을 사용하면 필리버스터는 종료되고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표결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닷새째 데자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여야 모두 긴장감은 사라졌다. 야당의 법안 상정에 맞서 여당이 필리버스터로 일단 시간을 끌면 야당이 24시간을 기다렸다가 토론을 강제 종료시키고 표결을 강행하는 악순환이다.

방송4법이 통과된 이후의 결말도 이미 정해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해 국회로 되돌려보낼 것이고 여당이 이탈표 관리로 재의 의결을 부결시키면 법안은 폐기된다. 일종의 공식화돼 버린 여야의 대치 형국은 21대에 이어 22대 문을 연 직후에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법안 강제 상정과 필리버스터 및 토론 강제종료, 재의요구권 행사와 법안 재의결 부결로 이어지는 22대 국회의 새로운 공식의 끝이 언제가 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이르면 다음달 1일 야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노란봉투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의 쟁점 법안이 똑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만에 총 6개 법안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하고 강행 처리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데 이는 21대 국회 전체 숫자를 이미 능가하는 수준이다. 21대 국회가 필리버스터를 거쳐 입법을 강행한 사례는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교류협력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5건이었다.

국회 본회의를 넘어서는 법안이 거의 없다 보니 민생입법 논의는 뒤로 밀린 지 한참이다. 양당은 서로 민생을 외치면서도 국회에서 민생이 외면당하는 이유에 대해 '네 탓'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필리버스터의 내용도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100시간 가까이 지나오는 동안 건전한 토론은 없고 여야가 내세우는 일방적인 주장과 한탄, 호소만 되풀이될 뿐이다. 심지어 다른 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 우르르 퇴장해 버려 국회 본회의장은 적막만 감돈다. 상대 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필리버스터 초반의 모습이 낫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면서 3시간마다 번갈아 가며 사회를 보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체력적 한계가 언제인지를 가늠하며 여야 간 유불리를 따지는 모습까지 보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누가 쓰러져야 끝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며 "이런 국회를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고 우려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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