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중 경총이 유독 노사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강병한 기자 2024. 7. 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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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노사 현안과 관련해 재계의 총대를 메고 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현안에서 재계 입장을 관철하려는 선봉에 선 모양새다. 이와 관련된 경제단체 성명이나 모임을 주도하고, 때로는 정치권과 노조에 날을 세운다.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6단체는 통상 경총과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말한다. 그런데 경총이 유독 노사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총 등 경제 6단체는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긴급 간담회를 하며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재계 의견을 전달했다. 경총이 주도한 간담회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 자리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저지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여당 원내대표에게 요청했다. 손 회장은 지난 25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간담회를 하고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4일에는 손 회장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 의견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지난 18일과 지난 14일에는 각각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경제 6단체 공동성명과 긴급회동을 주도했다.

노란봉투법뿐만 아니라 다른 노사 현안에서도 경총은 재계의 ‘스피커’ 역할을 한다. 경총은 지난 12일 타결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서 동결을 요구하며 재계의 여론전을 이끌었다. 지난 9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총파업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경총이 노사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설립 목적 자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노동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된 1970년,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과 산업평화 정착을 목표로 결성됐다. 이후 경총은 국내 사용자단체의 실질적인 대표성을 갖게 됐다. 노조법에서 정의하는 사용자단체는 ‘노동관계에 관하여 그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하여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단체’를 말한다. 이는 법에 따라 상공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상공회의소나 대기업 모임인 한국경제인협회와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다만 경총의 사용자단체 정체성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경총은 국내 대표 사용자단체로 역할을 해왔다. 1971년 경영계 최초로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1974년 국제사용자기구(IOE) 회원으로 가입했다. 1987년 최저임금심의위원회(현 최저임금위원회)에 경영계 대표로 참여했고, 1991년에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9명 중 경제단체 인사가 3명 포함돼 있는데 2명이 경총 소속이다. 이 외에도 경총은 다수의 정부위원회에 사용자단체 몫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총회에도 경총이 한국 경영계 대표로 참석한다. 올해에는 손 회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총회에 참석해 “근로3권은 존중하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사업장 점거 금지와 대체근로 허용과 같이 노사관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연설한 바 있다.

경총은 손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노사 문제에 더해 산업정책, 규제혁신 등 경제 현안까지 다루는 종합경제단체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문제 전담이라는 고유의 임무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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