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며 軍동기 엉덩이 1초 만진 이등병... 법원 “성추행”

김명진 기자 2024. 7. 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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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성적인 의도 없이 동성인 입대 동기 엉덩이를 1초 가량 손으로 만졌더라도 성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엉덩이가 보통 남성 간에도 쉽게는 손대지 않는 성적인 부위라는 것이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아)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도 형의 선고는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경미한 경우 선고를 미뤄 일정 기간 범죄를 짓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2022년 4월 강원도 한 보병사단에서 생활관 동기 B씨에게 담배를 피우러 함께 가자고 했다. A씨는 당시 이등병이었는데, 군에서는 사고 방지를 위해 이등병 혼자서 다닐 수 없다.

B씨는 함께 흡연장으로 나섰다. A씨는 서로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기를 위해 흡연장까지 따라나서는 B씨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 엉덩이를 1초가량 만졌다.

B씨는 당황해 그 자리에서 얼굴이 굳어졌고, 그 모습을 본 A씨는 바로 사과했다. 그러나 결국 군 당국의 수사를 받게 됐다. A씨 사건은 당초 군사 법원에 기소됐는데, 그가 전역하면서 지난해 9월 민간 법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법정에서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툭’ 친 적은 있지만 움켜쥐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근감의 표시로 동계 바지 위로 1초 정도 엉덩이를 만졌다”면서 “전혀 (추행의) 고의성이 없는 행위였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그러나 A씨가 자기 오른쪽 엉덩이를 1초가량 움켜잡았다면서 A씨가 말하는 ‘터치’가 아니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동기였지만 엉덩이 접촉을 허용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엉덩이는 보통 성인 남성들끼리도 쉽게 손대지 않는 성적인 부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바지 위로 엉덩이를 만진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선량한 도덕관념에도 맞지 않는다”며 “성적 욕구 만족이라는 목적이 없었더라도 추행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A씨가 B씨에게 용서받지 못했지만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고마움을 나타내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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