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좋으면 ‘아동 성범죄’도 괜찮나···야유 쏟아진 ‘올림픽 출전’[플랫]
10년 전 19세 때 ‘12세 성폭행’ 유죄
“어릴 적 저지른 최악의 실수” 해명
여성단체 “강간은 실수가 아냐” 비판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네덜란드 남성이 28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올림픽 비치 발리볼 경기에 등장해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 남성은 네덜란드의 비치 발리볼 국가대표 선수인 스티븐 판더펠더(29)로, 2016년 영국 법원에서 아동 성폭행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살이었던 2014년 페이스북 채팅을 통해 알게 된 12세 영국인 소녀를 만나 세 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자가 이 같은 사실을 관련 기간에 신고하면서 판더펠더가 리우 올림픽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있던 2016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다만 실제 복역 기간은 약 13개월에 불과했다. 영국에서 1년간 수감된 이후 본국으로 송환됐지만, 네덜란드 법원에서 감형을 받아 한 달 만에 출소했다. 2017년부터는 각종 경기에 참가했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판더펠더는 성폭행 사건이 “어릴 때 저지른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판더펠더의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직후부터 그의 전과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NOC)는 “판더펠더는 성장했다”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별 선수의 출전 여부는 NOC가 결정해야 한다며 “성폭행 사건은 10년 전 벌어진 일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도 NOC가 판더펠더의 성범죄 관련 논란을 의식해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판더펠더는 선수촌 밖의 별도의 숙소에 머물렀으며, 경기 후 열리는 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이날 경기장에 판더펠더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관람객인 안드레아 시슬로스(47)는 “그가 계속 감옥에 있을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세계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에서 온 알렉산드라 버트람(46)은 “그가 전과가 있는 건 알지만, 모든 사람이 두 번째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여성계와 스포츠계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스포츠계 여성인권옹호단체 ‘키니스카 아드보카시’ 설립자 케이트 시어리는 BBC에 “판더펠더의 출전은 운동 실력이 범죄보다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폭행 피해자 지원단체 ‘생존자군단’의 줄리 앤 리버스코크란 대표는 “미성년자 강간은 ‘실수’가 아니다”라며 “어느 나라에서든 아동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선수는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최혜린 기자 cher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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