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 걸친 10점'이 10연패 운명 좌우... 부담 이겨낸 강심장 궁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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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 서울 대회부터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의 금메달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한국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대만 마지막 주자 리차이치가 6점으로 흔들렸고, 이로 인해 대표팀은 승점 2점을 선취했다.
한국 양궁의 저력을 재확인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슛오프에서 8-7-8점을 쏘며 급격하게 흔들렸고, 대표팀은 9-10-7점을 기록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결국 한국을 향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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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결승전 연이은 슛오프
'간발의 차' 10점으로 '36년 왕좌' 완성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 서울 대회부터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의 금메달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우승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태극 궁사들의 올림픽 10연패 대업은 숱한 위기를 극복한 끝에 완성됐다.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8강전부터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았다. 1번 주자로 나선 전훈영(인천시청)이 1세트 두 번의 화살을 모두 8점 과녁에 맞혔다. 남수현(순천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도 두 번 모두 9점에 그치면서 한국은 1세트 6발 합산 52점에 머물렀다.
마지막 화살을 남긴 시점까지 45점을 기록 중이던 대만이 8점 이상을 쏘면 한국이 1세트를 패하는 상황이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대만 마지막 주자 리차이치가 6점으로 흔들렸고, 이로 인해 대표팀은 승점 2점을 선취했다.
결과적으로 1세트 ‘행운의 승리’는 해당 경기의 분수령이 됐다. 한국은 이어진 2세트에서 패했는데, 만약 1세트까지 내줬다면 세트스코어 0-4로 벼랑 끝까지 몰리는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대표팀은 대만의 실수로 얻은 승점 2점 덕분에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고 3·4세트를 따낸 후 준결승에 올랐다.
네덜란드와 펼친 4강전에서도 고비가 있었다. 1세트를 잡았지만 2·3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세트스코어 2-4로 밀렸다. 4세트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태극 궁사들의 강심장이 빛을 발했다. 세 선수 모두 4세트 첫 화살을 10점 과녁에 꽂아 넣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부를 연장전(슛오프)으로 끌고 갔다. 한국 양궁의 저력을 재확인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슛오프에서 8-7-8점을 쏘며 급격하게 흔들렸고, 대표팀은 9-10-7점을 기록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중국과의 결승전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 일전이었다. 초반 기세는 한국이 잡았다. 연달아 10점을 꽂은 전훈영의 활약을 앞세워 1·2세트를 모두 이겼다. 10연패 대업까지 단 한 발자국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올해 열린 월드컵 1·2차 결승에서 한국을 무릎 꿇렸던 중국은 이번에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한국은 3세트(51-54)와 4세트(53-55)를 내주며 준결승에 이어 다시 한번 슛오프에 나서야 했다.
슛오프에서도 가슴 철렁한 순간이 이어졌다.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10점과 9점 사이에 물리는 사이 중국의 2번 주자 양샤오레이가 10점 과녁 정중앙 엑스텐을 꽂았다. 만약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9점으로 판정된다면 양팀이 27-27 동점을 이루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금메달은 과녁에 더 가까운 화살을 쏜 중국의 차지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결국 한국을 향해 웃었다.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모두 10점으로 인정되면서 태극 궁사들은 ‘36년 왕좌’를 지켜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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