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완도 촌놈' 최경주가 써가는 위대한 골프 서사

방민준 2024. 7. 29. 15: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오픈 우승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으로 불리는 2024년 메이저 대회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최경주는 자랑스럽게 스스로 '완도 촌놈'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그가 이른 위치의 출발점이 '완도 촌놈'이었기 때문이다. '완도 촌놈'은 그의 자랑스러운 번데기 시절이다.



 



중학교 때까지 역도선수를 하다 역도 코치의 권유로 고교 때부터 골프로 방향을 바꾼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 번도 골프를 향한 열망을 꺾지 않았다. 방위 복무를 하면서 연습 시간을 얻기 위해 취사병으로 지원하고 골프연습장에서 눈물 젖은 빵을 뜯으며 내공을 쌓은 그는 KPGA 투어를 비롯해 일본 투어, 아시아 투어를 거쳐 미답지(未踏地) PGA투어에 도전한다.



 



세계 최고 골퍼들이 대결장인 PGA투어에 한국인이 출전한 것은 한장상 프로(83)가 1972년 JPGA투어의 메이저대회인 일본오픈에서 우승하면서 1973년 PGA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초청 출전한 게 처음이다.



 



일본과 한국, 아시아지역 프로대회에서 많은 승수를 쌓은 최경주는 1999년 PGA투어 퀄리파잉 테스트에서 공동 35위에 올라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PGA투어의 벽이 높아 데뷔해 상금 순위가 100위 밖인 134위에 그쳐 2000년 다시 도전, 투어 시드를 되찾아야 했다.



 



2002년 뉴올리언즈 컴팩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 첫 승을 기록한 뒤 같은 해 탬파베이 클래식에서도 우승, 한 해에 2승을 올렸다. 이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기량을 발휘, 2008년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랭킹 5위까지 올랐다. 2011년에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차지했다. PGA투어 통산 8승을 올린 뒤 2020년 5월부터 만 50세가 넘어야 참가할 수 있는 PGA투어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해 왔다.



 



'완도 촌놈' 최경주가 이번엔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골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최경주는 29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파72)에서 끝난 더 시니어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더 시니어 오픈은 50세 이상 선수가 참가하는 시니어투어의 디 오픈 격이다. 미국 PGA투어의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와 유럽 시니어투어인 레전드투어가 공동 개최하는 대표적 메이저 대회다. 



 



그가 골프에서 남기는 족적은 모두가 한국 골프의 서사이지만 지난 5월 19일 바로 그의 54세 생일인 날에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뒤 이번엔 시니어투어 메이저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최경주는 유서 깊은 카누스티 링크스코스에서 열린 마지막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4개를 엮어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위 리처드 그린(호주)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2021년 9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 이은 챔피언스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자 첫 메이저 우승이다. 챔피언스투어 통산 80번째 출전 만에 거둔 메이저 우승이라 '완도 촌놈'의 무서운 집념에 놀랄 뿐이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44만7800 달러를 챙긴 최경주는 내년 디오픈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한편 최경주가 더 시니어 오픈에서 우승하기 전날인 28일 듀크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 최강준(21·미국이름 대니얼)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먼로의 베이유 디시어드CC(파72)에서 열린 콜 코튼 스테이츠 아마추어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174타로 공동 2위 그룹을 7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최경주의 골프 열정을 새삼 확인케 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