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에 쏟아지는 혐오 발언들···‘증오의 정치’ 세력 키우나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입지를 굳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극우 세력의 인종·성차별적 공격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원색적인 비난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이들의 인신공격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현실에서도 실질적인 위험을 조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무산된 후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부활하는 등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우파의 공격이 거세졌다”며 “극우 포럼에선 해리스 부통령 정체성의 모든 측면을 공격하는 비난이 넘쳐났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지낸 서배스천 고카는 영국 우파 매체 GB뉴스에 출연해 해리스 부통령을 “재앙”이라고 칭하면서 “대선 후보로서 갖춘 자격이라고는 여성 생식기관과 적절한 피부색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여성·흑인·인도계라는 배경 때문에 능력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직을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공화당 일각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후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교제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꽃뱀’ 취급하거나, 남편 더그 엠호프가 유대인이란 점을 들어 ‘유대인 쿠데타’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도 이어진다. 미국 비영리단체 ‘증오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GPAHE)’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9~21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증오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서 33%, 텔레그램에서 50% 증가했다.
이런 공격은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벌어졌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흑인’이자 ‘여성’이란 점에서 공격이 더욱 거센 양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스턴 서퍽대학교에서 극단주의자를 연구하는 알렉산드리아 오누오하 연구원은 “해리스 부통령은 다인종·페미니스트 민주주의의 실현을 상징한다”며 “부통령직보다 더 큰 리그(대선)가 시작된 만큼 이를 원치 않는 이들(극우주의자들)은 훨씬 더 공격적일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사가 극우 세력의 혐오 발언 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최악의 극좌파 미치광이” “악마” 등으로 칭하면서 인신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런 비난이 극우주의자들에게 그럴듯한 공격 이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로선 ‘흑인 여성과 경쟁한다’는 구도를 강조할수록 다양한 의제에 관심을 가진 유권자들을 하나로 결집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인신공격이 흑인 유권자들 지지를 얻는 데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 등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종·성차별적 공격은 유권자들의 공화당 지지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WP는 “극단주의 연구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어지는 언어적 공격이 현실 세계의 불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과거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한 극우 세력이 반정부 운동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고, SNS를 토대로 조직된 극우 무장단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극우 세력은 2021년 1월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고 WP는 설명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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