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종로구청장 “우후죽순 ‘법인 한옥 숙소’ 제한해야”[민선 8기 출범 2주년]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지난 16일 종로구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한국 문화를 즐기러 온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은 매력적인 숙소다. 하지만 한옥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주민들의 고통은 커졌다. 소음 등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16일 종로구청에서 만난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이 같은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에 대해 “한옥 숙소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며 “법인 형태로 숫자를 늘리는 방식은 법 개정을 통해 막아야 하며 서울시가 함께 나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근 주민 피해가 커지면서 종로구는 지난 1일 전국 최초로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10월부터 일부 지역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방문이 금지된다. 내년 7월부터는 북촌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에 전세버스가 통행하지 못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후 법인들이 관광숙박업보다 등록 절차가 쉬운 한옥체험업으로 한옥을 등록해 숙소를 경쟁적으로 늘린 데 따른 조치다. 주택 간 간격이 좁아 소음에 취약한 한옥 특성 탓에 한옥 숙소 주변의 가정 집들은 일상생활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법인이 한옥 숙소를 여럿 세우고 마당에 욕조까지 설치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한옥 숙소를 만들 수 있는 한옥체험업 자격을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남은 임기 동안 고궁·청와대가 있는 지역 특성상 부과된 개발 규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고도지구를 개편하며 서촌 높이 제한을 최고 20m에서 24m로 완화하는 등 제한이 일부 해소되기는 했으나 지구 경계가 불합리해 주민 재산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그는 “문화재이기도 한 경복궁은 고도지구 지정도 돼 있어 규제가 중복된다”며 “중복규제지역은 자연경관지구 해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신동 개발에도 속도를 내 10만7997.5㎡에 걸친 창신 1·2·3·4구역 재개발사업을 단일구역으로 변경한 뒤 코엑스에 버금가는 상업시설로 만든다.

지역의 문화 자원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탑골공원의 시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재 담장 일부를 해체하고 있다. 2026년 현대화를 완료해 전 연령이 함께 쉴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공원 내 무료급식소는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서울복지센터 등으로 옮길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은 문화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종로가 여기에 어울린다”며 “남은 임기 동안에도 행정의 유연성을 살려 종로만의 고도현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된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일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그는 “정부·서울시에 광고마다 설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금의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안되는 사항만 규제 후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