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항저우로 이어졌던 ‘위기’의 韓 사격, 어떻게 파리에서 다시 ‘부활’했나
장갑석 사격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2일 열린 사격 대표팀 올림픽 출정식 자리에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라며 ‘깜짝 선언’을 했다.
불과 두 달 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라고 했던 목표치에서 동메달 2개가 더 추가된 것이었다.
당시 출정식이 끝난 후 만난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감독님한테 농담삼아 ‘자꾸 이렇게 목표치를 올리면 어떡합니까’라고 얘기했다. 올림픽 전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다보니 감독님이 욕심이 생긴 것 같다”고 껄껄 웃으며 얘기했다.
그런데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한국 사격은 장 감독의 기대치가 너무 낮다고 생각될 정도로 초반 기세가 대단하다.
사격은 29일 오전 현재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로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그것도 사격 일정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거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한국 사격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 에 그쳤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러닝 타깃에서만 금메달 2개를 따냈을 뿐, 나머지 개인 종목에서 전부 고개를 숙였다.
진종오와 함께 황금기를 누렸던 한국 사격은 진종오 은퇴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2연속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은 한국 사격을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연맹은 지난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소총 50m 복사 금메달리스트인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을 경기력 향상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지금은 위원장에서 물러났지만, 당시 이 부회장은 기존의 틀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었다.
올해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사상 최초로 결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의 경우 총 5차례의 ‘본선’만 치뤘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선 이후 결선까지 도입하면서 올림픽,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주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본선을 잘하는 선수가 꼭 결선에서도 잘하는 것은 아닌 종목이 바로 사격이다. 메달을 위해서는 결국 결선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파리 올림픽의 경우 개인전은 본선 다음날 결선이 열리는데, 그것과 맞추려 (선발전)5번 중 2번은 그렇게 했다. 선수들이 힘들어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록이 전체적으로 확 올라왔으니 확실히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격장 분위기와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하기 위해 현지 사격장 실사 후 훈련장에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꾸며놓은 것도 주효했다. 연맹 관계자는 “4월에 지도자 3명을 샤토루 사격장에 파견, 구조와 환경 등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외부 요인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았다면, 아무리 애를 쓴들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뒤로 너나 할 것 없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분위기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득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초반에 이렇게 성적이 나오니 그 분위기를 다른 선수들도 타는 느낌이다. 런던 때도 이랬다”고 강조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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