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항저우로 이어졌던 ‘위기’의 韓 사격, 어떻게 파리에서 다시 ‘부활’했나

윤은용 기자 2024. 7.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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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과 김예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장갑석 사격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2일 열린 사격 대표팀 올림픽 출정식 자리에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라며 ‘깜짝 선언’을 했다.

불과 두 달 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라고 했던 목표치에서 동메달 2개가 더 추가된 것이었다.

당시 출정식이 끝난 후 만난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감독님한테 농담삼아 ‘자꾸 이렇게 목표치를 올리면 어떡합니까’라고 얘기했다. 올림픽 전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다보니 감독님이 욕심이 생긴 것 같다”고 껄껄 웃으며 얘기했다.

그런데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한국 사격은 장 감독의 기대치가 너무 낮다고 생각될 정도로 초반 기세가 대단하다.

사격은 29일 오전 현재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로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그것도 사격 일정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거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한국 사격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 에 그쳤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러닝 타깃에서만 금메달 2개를 따냈을 뿐, 나머지 개인 종목에서 전부 고개를 숙였다.

진종오와 함께 황금기를 누렸던 한국 사격은 진종오 은퇴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2연속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은 한국 사격을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금지현(왼쪽)과 박하준이 27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연맹은 지난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소총 50m 복사 금메달리스트인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을 경기력 향상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지금은 위원장에서 물러났지만, 당시 이 부회장은 기존의 틀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었다.

올해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사상 최초로 결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의 경우 총 5차례의 ‘본선’만 치뤘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선 이후 결선까지 도입하면서 올림픽,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주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본선을 잘하는 선수가 꼭 결선에서도 잘하는 것은 아닌 종목이 바로 사격이다. 메달을 위해서는 결국 결선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파리 올림픽의 경우 개인전은 본선 다음날 결선이 열리는데, 그것과 맞추려 (선발전)5번 중 2번은 그렇게 했다. 선수들이 힘들어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록이 전체적으로 확 올라왔으니 확실히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격장 분위기와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하기 위해 현지 사격장 실사 후 훈련장에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꾸며놓은 것도 주효했다. 연맹 관계자는 “4월에 지도자 3명을 샤토루 사격장에 파견, 구조와 환경 등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외부 요인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았다면, 아무리 애를 쓴들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뒤로 너나 할 것 없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분위기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득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초반에 이렇게 성적이 나오니 그 분위기를 다른 선수들도 타는 느낌이다. 런던 때도 이랬다”고 강조했다.

반효진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본선에 출전한 반효진이 호흡을 고르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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