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복수 당하고 있다"…댓글 수천개, 중국이 열광한 올림픽 소식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7.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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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포털 검색 순위 상단에 '열받는 한국인' 콘텐츠들…
초반 실망스런 자국 경기력, 애먹는 한국에 관심 집중
(파리(프랑스)=뉴스1) 이동해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을 따라 선상행진을 마친 중국 선수단이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7.27

"파리 올림픽은 한국인들을 매일 분노하게 만든다."

중국 최대 온라인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바이두에서 29일 오전 한 때 검색순위 1위에 올랐던 키워드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국기와 국가명, 선수 이름이 잘못 표기되는 등 한국 관련 오류가 속출하자 뜻 밖에 중국 내에서 더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올림픽 콘텐츠 도배 와중에...뜻밖의 한국 검색폭발
사실상 올림픽 특집 격인 바이두 첫화면. 검색순위 상위 대부분이 올림픽 콘텐츠인 가운데 한국 관련 소식도 다수 포진해 있다./사진=바이두 캡쳐
스포츠 강국인 중국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말 그대로 뜨겁다. 이날 오후 현재 바이두 검색순위 첫 화면에 표시되는 15개 콘텐츠 중 올림픽 관련 내용이 모두 10개. 그런데 이 중 한국 관련 콘텐츠가 무려 3개다. 자국 선수단의 선전 소식을 찾아보기도 바쁠 텐데, 정말 뜬금없는 한국사랑이라고밖엔 할 수 없다.

해당 콘텐츠는 '태극기가 또 잘못걸렸다'는 내용과 '한국인들은 국기가 잘못 걸린 이유를 알아냈다', 그리고 '파리올림픽이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한다'는 내용 등이다. 그 중 한국인들의 분노 관련 콘텐츠는 이날 오전 한 때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두와 함께 양대 포털인 웨이보 이용자들의 한국사랑(?)은 더 뜨겁다. 오후 현재 검색순위 첫 화면에 노출되는 10개 콘텐츠 중 7개가 올림픽 관련 콘텐츠인데 1~3위가 태극기 및 국가명칭 오류 등 올림픽의 한국 관련 소식이다. 1위 콘텐츠의 조회수가 3억1000만건이 넘어간다. 이쯤 되면 자국 메달 소식보다 한국이 푸대접을 받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밖엔 보기 어렵다.

실제로 속출하는 파리 올림픽 한국 관련 오기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다. 개막식 참가국 설명엔 한국의 영문 국가표기를 북한으로 했고,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엔 메달리스트의 이름을 잘못 적었다. 메달 카운트에선 태극기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를 붙였다. 호주의 한 방송국은 뉴스화면에서 메달 순위를 전하며 아예 한국 옆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붙여놓기도 했다.

실망스런 자국 경기력...골탕먹는 한국에 더 관심
[파리=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2024.07.29.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37개의 금메달을 따 미국을 누르고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메달레이스는 아직 초반이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중국은 올림픽 초반 메달박스인 사격에서 지난 2016년(리우) 금메달 5개, 2020년(도쿄·실제론 2021년) 금메달 4개를 따냈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에 그쳤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여자양궁 단체 등에선 한국에 가로막히며 은메달에 그쳤다.

중국은 금메달 갯수를 최우선 하는 순위를 따진다. 중국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일시적 메달 순위'를 보면 중국은 금메달 세 개로 일본과 미국, 한국 등에 뒤진 6위다. 총 메달 갯수로는 미국의 절반 정도다. 물론 중국이 강점을 갖는 수영과 탁구, 다이빙, 역도 등 종목이 남아있는 만큼 얼마든지 순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중국인들로서는 못마땅한 성적표일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골탕먹는 한국의 소식에 더 손길이 가나보다. 웨이보 검색 순위 1위인 '한국인들이 국기가 잘못 걸린 이유를 알아냈다'는 콘텐츠는 '한국의 한 방송국이 먼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 프랑스 국기를 러시아 국기로 잘못 표기했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먼저 프랑스를 화나게 했고, 복수를 당하고 있다는 건데 해당 콘텐츠엔 수천개의 댓글과 수만개의 공감이 달렸다.

'하나의 중국' 애국심 고무 영웅만들기도 여전
[샤토루=AP/뉴시스] 금지현과 박하준(왼쪽)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라 중국, 카자흐스탄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금지현-박하준은 결선에서 중국의 황위팅-성리하오 조에 12-16으로 패해 은메달을 따 한국의 첫 메달 소식을 알렸다. 2024.07.27.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잠시, 자국 성적에 대산 관심은 점차 고조될 전망이다. 첫 경기일인 지난 27일 사격 혼성에서 중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셩리하오(남)는 영웅이 됐다. 셩리하오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당시 16세 233일의 나이로 올림픽 사격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던 선수다. 결국 금메달을 딴 그는 "조국을 위해 영광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딱 중국인들이 좋아할 멘트다.

함께 금메달을 딴 황유팅(여)도 "메달은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며 "초심을 지키고 매일 훈련을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야니는 "앞서 간 선배들 덕분에 기록이 좋아지고 있으며, 중국 다이빙은 더욱 위대해질 것"이라고 말해 중국인들을 열광시켰다.

메달 외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중국은 파리올림픽에서 AI(인공지능)기술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알리바바 등 메이저 후원사들의 기술이 대회 준비과정에서부터 선수단의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거다. AI기술력 면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자국의 경쟁력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의 국가적 스포츠인 탁구 분야에서 2020년 중국 탁구아카데미와 로봇기업인 상하이신송이 협력, 세계 최초의 AI 탁구로봇 '퐁봇'을 개발했다"며 "인텔의 챗봇인 애슬리트GPT를 사용해 일상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AI가 올림픽에서 대중화하고 있다는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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