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속이고 보험 가입한 일용직, 보험금 2억 받은 이유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사무직으로 속이고 보험 계약을 맺더라도 가입 후 3년이 지났다면 보험사는 계약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망한 A씨 유족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2억여 원의 보험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와 그의 아내는 2009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A씨의 사망 보험을 가입하면서 직업을 속였다. 계약 당시 A씨 측은 직업란에 ‘사무원’, ‘건설 업종 대표’, ‘경영지원 사무직 관리자’라고 기재했다. 통상 근무 중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은 일용직은 사무직에 비해 보험 가입이 까다롭고 보험료도 비쌌기 때문이다.
이후 일용직으로 계속 근무한 A씨는 2021년 7월 전남 해남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졌다. 유족이 억대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그해 9월 “계약 후에 A씨 직업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일용직이라는 것을 추후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였다. 상법에는 ‘계약 전 중요한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고지의무)’는 규정과, ‘계약 후 보험 기간 중 사고 위험이 늘어나면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통지의무)’는 규정이 있다. 다만 계약 전 보험사에 고지를 잘못하거나 속여도 3년이 지나면 계약은 해지할 수 없게 돼 있다. 보험사가 조건을 꼼꼼히 검증하지 않고 가입시킨 책임을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1심은 “유족들에게 보험금 2억 21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 계약 기간 중에 직업이 바뀌지 않았다면, 당초 보험사에 고지된 직업과 다르더라도 통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A씨가 고지의무를 어겼을 수 있지만 계약 3년이 지나 해지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의 판단이 맞는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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