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기고]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 지회장
우리 LG케어솔루션 지회는 LG전자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로서 LG에서 생산하는 렌탈가전의 유지, 관리 서비스를 주 업무로 하는 매니저로 구성되어 있다. LG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고객의 집을 방문하지만 우리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신분이다. 기본급도, 식대도, 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의 혜택도 없다. 오로지 점검 수수료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자차를 이용하여 일을 하지만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월평균 1만6000원의 유류비 지원금이 전부이다. 이마저도 회사는 업계 최초라며 자랑을 한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사측에 끈질기게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우리가 노동자가 아니니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2년여 시간을 끌다가 2022년 처음 교섭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임금이라는 말조차 거부하며 우리의 근로자성을 아직도 부정하고 있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사상 최대를 경신하지만 사측은 교섭 자리에서 늘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섭이 마무리되면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우리의 평균 계정은 180개 정도다. 1계정당 평균 수수료를 1만원으로 계산하면 180만원 정도 되지만 거기에서 유류비, 차량 보험료와 감가상각비, 수리비, 식대 등을 빼고 나면 우리의 임금은 최저시급의 반쯤 되는 수준이다. 물가가 임금 상승 폭보다 더 오르니 먹고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해를 넘겨 교섭해도 300~400원의 수수료 인상으로 버텨야 하는 우리 매니저들은 더더욱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일년 평균 4분의 1 정도가 퇴사하고 있지만 회사는 전혀 손해날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이익이다. 고정비용 한 푼 들이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매니저 본인 집과 친인척을 동원하여 렌탈을 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차별과 폭언,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인권경영을 강화한다고 한다. 그런 LG전자가 4600여명의 노동자를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하여 싼값으로 부려먹다가 스스로 지쳐 떠나가기를 기다리는 이중적인 행태를 벌이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다 같은 노동자인 만큼 우리도 동등하게 퇴직금, 상여금, 성과급을 지급받고 차량 유지비를 실비로 지급받고 싶다.
아니, 모든 것을 양보하더라도 최저시급은 보장받아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금야금 늘어나는, 보이지 않는 무료 노동과 추가되는 점검 프로세스, 소장들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가맹 고객을 올리고, 사전 예약률까지 맞추라는 과도한 업무를 더 이상 무급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
LG전자는 자회사 뒤에 숨어 꼭두각시 교섭위원을 내세우는 보여주기식의 교섭을 멈추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는 비겁한 짓을 그만하길 바란다. 떳떳하게 교섭장에 나와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LG전자를 먹여 살리고 있는 우리 케어솔루션 매니저들도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접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LG가 부르짖는 진정한 인권경영, 정도경영, 인화경영 아니겠는가?
우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원청인 LG전자와 교섭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LG전자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원청인 LG전자가 하청노동자인 우리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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