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가자 전쟁’ 개입 시사···이스라엘 “침략 위협”
가자지구 전쟁 개입 가능성 시사해
이스라엘 “후세인 최후 기억하라” 반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팔레스타인을 돕겠다며 양측의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튀르키예가 ‘침략 위협’을 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리제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매우 강해져야 한다”며 “우리는 (나고르도) 카라바흐와 리비아에 진입했던 것처럼, 그들(이스라엘)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것을 못 할 이유는 없다”며 “우리는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 전쟁에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튀르키예는 지난 몇 년간 중동 지역 등 지정학적 갈등에 여러 차례 개입해 왔다. 2020년 내전 중이던 리비아에 통합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자국군을 파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리비아는 유엔의 인정 아래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하는 통합정부(GNU)와 동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등 두 세력으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튀르키예는 같은 해 ‘캅카스 화약고’라 불리는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벌어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2차 전쟁 당시 같은 튀르크계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두 곳 분쟁지역을 언급한 것은 튀르키예군이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 영토 안에 진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을 ‘전범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고, 지난 5월에는 가자지구 민간인 대량 살상을 비판하며 이스라엘과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또 하마스를 ‘테러 조직’이 아니라 ‘저항 세력’이라고 지칭해 이스라엘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자국에 대한 ‘침략 위협’이라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이날 “사담 후세인의 길을 걷고 있는 에르도안이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는 당시 그곳(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사태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라크의 전 대통령이자 독재자인 후세인은 1990년 걸프전을 일으켰으나 패배했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축출돼 도주했으나 미군에 체포됐다. 이후 이라크 전범 재판에 회부돼 2006년 처형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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