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40년간 누구도 하지 않는 걸 했다' 양궁 女단체전 10연패,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정성 통했다, 적극 투자+준비의 걸작품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한국 양궁은 여자 단체전에서 전무후무한 10연패를 달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무려 36년 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 양궁의 독주를 막기 위해 수많은 시스템을 개선했다. 4세트, 6포인트제, 그리고 세트스코어 동점 시 슛오프 제도는 엄청난 이변 변수를 포함하고 있다. 단체전에서는 3발, 개인전에서는 1발로 운명이 좌우된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이변이다. 하지만, 한국 양궁은 위기마다 더욱 강해졌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전무후무한 10연패의 핵심이다.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세계최강의 한국 양궁은 40년 간 전폭적 지원을 한 현대차그룹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지, 많은 투자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매 대회마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학적 시스템과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고 있다. 강력한 투자를 하지만, 빈틈없는 투자를 한다. 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여자 단체전 10연패는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3년 전 AFP 통신은 도쿄올림픽에서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선 한국 양궁을 분석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총 4000만 달러(약 460억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 액수에 대해 공식 발표는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500억원이 넘는다. 기본적 비용 이외의 투자를 고려하면 그 이상이다. 단, 천문학적 투자에는 세밀한 디테일이 녹아들어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R&D' 원칙과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양궁의 뼈대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만들었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현대정공 사장이었던 정 명예회장은 현대정공 여자 양궁단, 현대제철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 양궁을 완벽하게 시스템화 했다.
체육단체 최초로 스포츠과학화를 추진했다. 집무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국산 활을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로 만들어냈다. 선수들의 연습량과 성적을 전산화했다. 프로그램에 드는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과감한 투자와 디테일이 만났다.
많은 체육단체들은 학연, 지연 등을 이유로 불투명한 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였다. 단, 양궁협회는 대표 선발전의 투명화를 완벽하게 이뤄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여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탈락하면 예외는 없었다. 이번 파리올림픽의 주역인 여자양궁 단체전 전훈영, 임시현, 남수연은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다. 지난 도쿄올림픽 금빛 주역들이 모두 교체됐다.
원칙은 확고했고, 준비는 철저하면서도 유연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토너먼트 형태의 새로운 경기 방식이 도입되자, 정 명예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는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물놀이 공연장', '초등학교 운동장' 그리고 '야구장 훈련'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대비, 모든 시뮬레이션 훈련의 시초였다.
2005년 정의선 회장이 양궁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준비는 더욱 정교해졌고, 빈틈은 완벽하게 채웠다.
정 회장은 2008년 양궁 장기발전 계획 '한국양궁활성화 방안'을 만들었다. 유소년대표-청소년 대표(중학교)-후보 선수(고교)-대표 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도쿄올림픽 간판 김제덕과 안 산, 그리고 파리올림픽 임시현과 남수연 역시 이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다.
양궁협회의 올림픽 준비는 루틴이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올림픽을 대비하는 플랜을 세운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도 그랬고, 이번 파리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도쿄올림픽이 끝나는 순간, 양궁협회는 파리올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한 치의 약점도 용납하지 않는다.
격전장이 될 양궁장과 똑같은 형태의 양궁장을 매 대회마다 만든다. 도쿄올림픽 때는 '리얼 도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진천선수촌에 그대로 옮겨놨다. 이번에는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을 진천 선수촌에 그대로 재현했다. 게다가 센 강 인근의 바람을 대비, 남한강 특별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관중의 소음 등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그대로 재현했다. 모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까지 지원,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100%로 맞추기 위한 준비도 철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인근 호텔을 긴급 수배했다. 숙소와 양궁장이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치안이 불안했다. 사설 경호원, 방탄차를 지원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갑작스러운 지진에 대비한 '지진 훈련'도 했다.
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파리올림픽 시설은 열악하다. 앵발리드 경기장 인근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전용연습장을 공수했다. 경기장 300m 거리의 휴게 공간도 마련했다. 의무치료실까지 갖춘 곳이다. 대회기간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동행은 이제 필수가 됐다. 한국이 여자 단체전에서 4강, 결승전 슛오프 끝에 결국 금메달을 따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선수들도 대단했지만, 섬세한 지원과 준비 끝에 얻어진 달콤한 결과물이다.
단지, 투자와 플랜만을 계획하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은 선수들에게 묵묵히 격려하며 '감성'도 전달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안 산에게 격려전화를 했고, 개인전에서 아쉬워했던 강채영 김우진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여자단체전 금메달 시상식에 깜짝 등장했다.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들, 적극적 투자, 디테일한 준비, 완벽을 기하는 현지 지원. 4박자가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세계최강의 한국 양궁은 이유가 명확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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