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개인욕심 아닌 한국축구 위한 선택…어떤 질책이든 수용”
팬들 향해선 “약속 저버린 데 한없는 미안함 가져”
“용서받는 방법은 대표팀 성장·발전 이끄는 길뿐”
“수직적 관계 아닌 수평적 관계로 대표팀 만들 것”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55) 감독이 “팀 운영에 있어 존중, 대화, 책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리스크는 오해나 소통 부재에서 발생한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럼없는 대화를 할 것이다. 감독이 저 역시 대표팀 내 핵심적인 정보를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유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책임과 헌신을 언급한 뒤 “대표팀 운영의 많은 부분을 오픈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그에 따른 책임과 헌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선수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그것이 좋은 방향이라면 저는 코칭 스태프와 받아들일 것이다. 그만큼 선수들은 그 권한에 대한 책임을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공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주도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계획과 전력에 맞춰 경기 흐름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볼 소유는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야 한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볼 소유가 돼야 한다”며 “상대의 역습에 확고히 대비하고 수비 시간은 짧게 가져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비 측면에서는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지공 상황과 카운터 상황에 대한 확고한 대비를 할 것”이라며 “공격과 수비 시 효율적인 공간 분배를 하고 우리가 어떤 약속된 패턴을 쓸지 훈련에서부터 준비하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울산 HD 팬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응원과 전폭적인 응원으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며 “이번 선택이 팬 여러분께 큰 상처와 실망감을 드렸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울산 HD, K리그 팬들께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다. 실망하신 팬들께 용서받는 방법은 제가 제 자리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길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 도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지난 7월 5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가 집 앞으로 찾아왔고 그와 만난 자리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 이 이사는 제게 축구협회가 발표한 한국 축구 기술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제 생각을 물었다”며 자신 또한 솔직하게 이야기한 끝에 밤새 고심한 뒤 감독직 제안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에는 유례없는 훌륭한 선수들로 가득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성적뿐 아니라 대표팀의 확고한 방향과 체계 확립 그리고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축구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13일 선임했다.
그러나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 전 선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외국인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며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 사실을 폭로한 뒤 홍 감독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부터 5개월간의 사령탑 공백기를 거치기까지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선정 절차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홍 감독의 선임 절차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이 이사는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홍 감독은 비판 여론과는 별개로 자신이 감독직 제안 수락 조건으로 제시한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에 나선 바 있다. 코칭 스태프 면접을 마친 뒤에는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뮌헨) 등 대표팀의 주요 유럽파 선수들과 면담하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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