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4000억원 너무 비싸다”… 11번가, 바로고 지분 매각 난항

배동주 기자 2024. 7.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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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고 소수지분 원매자 외면 지속
SKS PE, 인수 타진 이후 절차 중단
업황 부진 속 몸값 눈높이 간극 커
지분 매각 절차 잠정 중단 가능성도

SK그룹 11번가의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 소수지분 매각이 1년째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의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바로고의 기업가치 하락·경영난까지 겹치며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 로고.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바로고 소수지분 매각을 1년 가까이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11번가가 보유 중인 바로고 우선주 5만4080주(6.24%)이다.

최근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가 소수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며 매각에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바로고 측은 “개별 주주 지분 매각이 진행 중인 것만 안다”면서도 “재무 현황 등 실사 관련 요청이 들어온 것은 현재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11번가는 3년 전인 2021년 초 250억원을 투자해 바로고의 4대 주주가 됐다. 당시 기업가치는 3500억원이었다. 11번가는 바로고의 근거리 물류망과 도심 거점 물류 등의 경쟁력을 활용해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당일 배송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당일배송 비용 상승 등으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자 결국 보유 지분 매각을 택했다.

11번가의 수익성 악화도 바로고 소수지분 매물 출회의 원인으로 꼽힌다. 11번가는 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은 125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임대료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해 사옥 이전을 결정하기도 했다.

바로고 소수지분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몸값에 대한 11번가와 원매자들의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11번가 측은 바로고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대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초 바로고가 케이스톤파트너스로부터 몸값 6500억원에 500억원을 투자 받은 것을 고려하면, 11번가 입장에서는 눈높이를 많이 내린 셈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3000억원도 지나치게 높은 몸값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달대행 플랫폼인 바로고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른 배달 특수로 반짝 조명을 받는 데 그쳤다. 고금리,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현재 바로고의 월평균 위탁 배달 수는 4000만건 수준으로, 코로나19 시기 월 8000만건 수준과 비교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배달 확대까지 겹치며 악화일로에 빠졌다. 배달 플랫폼으로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주문 건에 대한 배달은 바로고 등 배달대행 플랫폼이 수행하는 구조였지만, 최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배달기사 연결까지 직접 진행하고 나서면서다.

바로고 CI.

바로고는 현재 자체 배달 앱을 운영하는 일부 프랜차이즈의 배달 대행까지 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초 8000억원 몸값으로 추진한 투자유치에 실패하며 인력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66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매각 절차의 잠정 중단 가능성까지 내놓고 있다. 11번가 입장에서는 바로고 기업가치를 4000억원 이상으로 인정 받아야만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구주를 거래할 때는 가격 할인이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바로고가 몸값을 4000억원으로 평가 받더라도 11번가는 그보다 낮은 값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업체들의 구주 가격은 30% 할인되는 일도 허다하다”면서 “특히 추가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은 배달대행 플랫폼의 구주는 할인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11번가가 일단 바로고의 소수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실적 개선 및 기업가치 상승 시점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11번가 역시 재무적투자자(FI) 주도의 경영권 매각이 진행 중이다. 기업공개(IPO) 무산 후 최대 주주 SK스퀘어는 FI 지분 18.18%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했고, 이에 FI는 전체 지분 통매각 권리를 획득했다. 삼정KPMG가 매각 주관사로, 원매자 접촉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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