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10년 전 실패 인정…한국 축구 위해 헌신할 것"(종합)

이재상 기자 원태성 기자 2024. 7. 29. 12: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리그와 울산 팬들에게 죄송…질책 달게 받겠다"
"오해는 소통 부재서 나와…스스럼 없이 대화할 것"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원태성 기자 = 새롭게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 팬과 K리그 팬들을 향해 사과한 뒤 앞으로의 A대표팀 운영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전했다. 그는 존중과 대화를 통해 팀을 이끌면서 장기적으로 연령별 대표팀 간 연계가 잘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울산 HD와 K리그 팬들에게 내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지난 7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초 "A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고 했던 홍 감독이었으나 울산을 떠나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논란이 커졌다. 홍 감독은 연달아 사과했으나 팬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5개월간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다"며 "K리그와 울산 팬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에는 한없는 미안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어떤 질책과 비난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통해 취임 과정과 대표팀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7월 5일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가 집 앞으로 찾아와 긴 대화를 나눴다"며 "협회 전무를 하며 평소 갖고 있던 축구 철학과 대표팀 운영 방안, 각급 대표팀 연계 방안 등을 솔직히 말했다. 내 의견을 듣고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고 밤새 고민 끝에 수락하게 됐다"고 전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홍 감독은 "지금 한국 축구는 중요한 전환의 시기"라며 "(축구협회와 울산 감독을 맡으며)체계적인 유소년 발굴과 K리그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한국 축구의 뿌리인 K리그와 대표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큰 책임감이 생겨서 (대표팀 감독직을) 결심했다.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도전하게 된 동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이 잘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20세든, 21세 선수든 어디라도 달려가서 체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대표팀 운영 방향에 대해 △존중 △대화 △책임과 헌신을 강조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이 서로 존중하며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많은 오해는 소통 부재에서 나온다. 선수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부분을 오픈하고 공유하면 그에 따르는 책임과 헌신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의견도 적극 받아들일 것이다. 다만 선수들도 권한에 대한 책임을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대해서도 "우리가 소유하면서 주도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고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수비에서도 다양한 상황을 준비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홍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팀'이다. 그는 "축구는 팀 스포츠"라며 "헌신이 모인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의 비판도 경정하면서 대표팀의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유럽 출장을 떠나 외국인 스태프 미팅과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와 면담을 마치고 온 홍 감독은 "좋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에 가서 3차례에 걸쳐 코치진과 면담했고 대화하며 많은 공부도 됐다. 유럽에 대한 트렌드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스태프 명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강인을 지도했던 발렌시아(스페인) 지도자와의 접촉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홍 감독은 "일단 생각한 첫 그룹과 협상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이번에 만난 지도자 중 그(이강인을 지도했던)분은 없다. 만약 논의 중인 스태프와 계약이 된다면 팀과 선수들에게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 등 태극전사들과 만나고 온 홍 감독은 "선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팀 운영에 관해 이야기 듣고, 나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9월에 소집되면 더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예선 탈락(1무2패)의 쓴맛을 봤던 홍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행정가도 했던 그는 2021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고, K리그 울산 지휘봉을 잡아 우승 2회, 준우승 1회 등의 성과를 냈다.

홍 감독은 "10년 전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당시 시야가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3년 반 동안 K리그 생활을 통해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 리스트 등이 머릿속에 있다. 그때의 실패가 내게 좋은 경험이 됐다. 10년 전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대표팀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경기력이 좋은 선수라면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뛴다.

2차 예선을 통과한 한국은 9월부터 3차 예선에 돌입한다. 한국은 팔레스타인, 오만,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와 한 조에 묶였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그는 북중미 대회의 목표를 묻자 "이제 최종 예선을 시작하기 때문에 결과를 얘기하긴 이르다"면서도 "한국 대표팀이 원정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16강이었다. 우리는 16강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9월 2일 소집해서 훈련한 뒤 중요한 경기에 나서야 한다"며 "손흥민을 주장으로 계속 신뢰할 것이다. 너무 부담 갖지 않고 선수(손흥민)가 더 경기 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4년 전 협회장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정 회장이 쓴 책 회고록에 나온 부분이다.

홍 감독은 "회장님께서 2020년 7월에 그 제안을 한 것은 맞다"며 "당시 회장직보다 현장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최근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서는 "이번에는 정몽규 회장과 사전에 연락이 없었다. 이임생 이사와 대화를 나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