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어불성설? 울산 떠났지만 K리그 중요성 강조 "평생 안고 가야 할 부분"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7. 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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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이 부임 후에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입을 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9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홍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7일 축구협회는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K리그1 울산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선임해 축구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꾸준히 차기 사령탑 하마평에 올랐으나, 줄곧 거절의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돌연 입장을 바꾸고 지휘봉을 잡자 '통수', '배신자', '런명보', '피노키홍' 등 축구팬들의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과정도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감독은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면접 없이 선임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의 폭로가 나와 여론은 더 악화됐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사실상 외국인 지도자가 아닌 국내 지도자를 내정한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홍 감독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난 5개월간 여러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축구인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큰 성원을 보내주신 울산HD 팬들께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며 "뜨거운 응원 덕분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는데, 그만큼 실망시켜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울산HD 그리고 K리그 팬 여러분께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겠다"며 "용서받는 방법은 제 자리에서 한국 축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뿐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다시 밝혔다. 지난 10일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된 뒤 첫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와의 대화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지난 7월 5일 이임생 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고, 긴 대화를 나눴다. 이임생 이사는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기술철학을 언급하며 제 생각을 물었다"며 "나는 전무이사로 있으며 생각한 한국 축구 각급 연병별 대표팀의 연계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임생 이사는 내 의견을 듣고 감독직을 요청했고, 밤새 고심한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 축구는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있다. 4년 주기의 월드컵과 아시안컵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 전무이사 등을 맡은 경험을 어필한 홍 감독은 "A대표팀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왔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뿌리인 K리그와 동반 성장하는 대표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K리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대표팀과 K리그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만들겠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힘써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가장 큰 내적 동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즌 중 울산HD를 떠난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K리그 팬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

홍 감독은 "한국 축구는 유례없이 훌륭한 선수로 가득하다. 성적과 체계적인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많은 분들의 지적 비판의 목소리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겸손한 자세로 듣고 한국 축구가 전진하는 데 역할을 모두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존중', '대화', '책임과 헌신' 3가지 키워드를 들며 설명했다.

먼저 홍 감독은 '존중'을 언급하며 "대표팀은 수평적인 관계로 운영돼야 한다"며 "서로 존중하고 동시에 같은 위치에서 지켜야 할 선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리스크는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다"고 꼬집으며 "감독인 저 역시 대표팀 내 핵심적인 내용을 대화로 공유할 생각이다"라고 다짐했다.

또 '책임과 헌신'을 강조한 그는 "선수들이 요구하는 변화가 좋은 방향이면 권한을 줄 것"이라며 "그것은 책임과 헌신이 바탕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은 전술적인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그는 "공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에 따라 변화도 줘야 한다. 더 큰 무대에서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가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유의 목적은 확실히 해야 한다. 결국 소유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며 "수비적인 목적에서는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위험 지역에서 빨리 공을 탈취하고, 공격과 수비에서 효율적인 공간을 활용하고 약속된 플레이를 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표팀 소집 기간은 짧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 기간 스태프들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월드컵 3차예선부터 코칭스태프가 잘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승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에 대해서는 "팀 스포츠에서는 각자의 이기심을 접고 헌신이 모인다면 위기는 기회로 전환된다"며 "대표팀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표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감독은 "존경하는 축구팬 여러분, 저는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대표팀을 위해 모든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팬들께서도 변화하는 대표팀을 지켜보고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응원과 지지를 받지 못하며 출발하는 데 대해서는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지금은 비판을 모두 감수하며 나가야 한다"면서 "항상 겸손하게,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팀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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