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 전인미답의 올림픽 여자단체전 10연패 달성…슛오프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 [여기는 파리]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왼쪽 2번째부터 4번째까지)이 29일(한국시간) 레쟁발리드양궁장에서 열린 중국과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승리한 뒤 시상대에 올라 환호에 답하고 있다. 파리｜신화뉴시스

한국여자양궁의 금빛 활시위가 파리에서도 이어졌다. 1988서울올림픽부터 2024파리올림픽까지 36년간 무려 10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선수단의 파리올림픽 3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임시현(22·한국체대)-전훈영(30·인천광역시청)-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구성된 여자양궁국가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레쟁발리드양궁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안치쉬안-리자만-양샤오레이가 나선 중국을 세트스코어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발·4세트로 진행되는 올림픽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 승리 시 2점, 무승부 시 1점을 얻으며 3세트까지 먼저 5점을 따내면 승리가 확정된다.

올림픽 10연패는 엄청난 위업이다. 세계양궁계도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한국여자양궁의 10연패 달성 여부에 주목했다. 성장세가 뚜렷한 중국, 인도 등의 거센 도전을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건이었다.

여자양궁대표팀은 상대를 의식하는 대신 실력과 변수 통제에 더 집중했다. 올해 4월 국가대표 평가전을 통해 파리행 티켓을 거머쥔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은 올림픽 경험이 없었던 까닭에 월드컵, 스페셜 매치 등에 적극적으로 출전하며 조직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양궁협회도 레쟁발리드양궁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소음에 대비하고자 수만 관중이 입장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했고, 센강의 바람을 간접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남한강변에 훈련지를 마련했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양궁장을 레쟁발리드양궁장과 똑같이 꾸민 것도 선수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에 큰 도움이 됐다.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왼쪽부터)이 29일(한국시간) 레쟁발리드양궁장에서 열린 대만과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8강전 도중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이 같은 노력이 파리에서 결실을 보았다. 랭킹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부전승으로 8강에 올랐다. 햇살이 내리쬐는 파리의 무더위를 고려하면, 오전에 진행된 16강전을 치르지 않은 것은 큰 도움이 됐다.

8강과 4강에선 각각 대만(6-2 승)과 네덜란드(5-4 승)를 맞아 벼랑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신궁 3총사 임시현-전훈영-남수현이 고비마다 돌아가며 결정적 한 방으로 팀을 구했다. 특히 세트스코어 2-4로 뒤진 네덜란드전 4세트에는 6발 중 5발을 10점에 꽂으며 분위기를 바꾼 뒤 슛오프에서 남수현의 10점 명중에 힘입어 극적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중국과 결승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1~2세트를 연거푸 잡아 우승을 목전에 뒀다가 3~4세트를 잇달아 내주면서 가슴 떨리는 슛오프를 치르게 됐다. 3발 모두 9점을 쏜 한국과 10점이 한 발 포함된 중국은 슛오프에서도 27-27로 맞섰다. 이대로라면 10점을 쏜 중국의 우승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3발 중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9점과 10점에 걸쳤다는 심판진의 판단에 따라 표적지 확인이 진행됐다. 그 결과 한국의 2발 모두 10점으로 인정되면서 전무후무한 10연패가 확정됐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이 너무도 극적이었던 만큼 선수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