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홍명보 “10년 전 ‘인맥 축구’ 말 들어…지금은 달라”

정인선 기자 2024. 7. 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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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결심하게 됐다."

홍 감독은 "팬들의 용서를 받는 방법은 축구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뿐"이라며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대한 부채감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축구 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에 홍명보 전 울산 감독을 내정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13일 공식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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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길 돌아와 뒤늦게 취임 기자회견
“개인 욕심 아닌 한국 축구 위해 결심” 소회
홍명보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의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결심하게 됐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55) 감독이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홍 감독은 먼저 “제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 어떤 질책과 비난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시즌 도중 감독을 빼앗기게 된 울산 HD와 프로축구 K리그 팬들을 향해 고개 숙였다.

홍 감독은 “팬들의 용서를 받는 방법은 축구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뿐”이라며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대한 부채감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축구 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에 홍명보 전 울산 감독을 내정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13일 공식 선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의 한 명으로 사령탑 선임 과정에 참여한 박주호가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이 많았다. 외국인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고 협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문제 삼고 나서며 여론이 나빠졌다. 문화체육관광부까지 감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졌다.

홍 감독은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외국인 코치진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표팀의 주요 유럽파 선수들과 면담하는 등 새 대표팀 체제 출범 채비를 했다.

다소 늦게 취임 기자회견에 나선 홍 감독은 “존중·대화·책임·헌신의 덕목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겠다”고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홍 감독은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지켜야 할 선을 명확히 하겠다. 많은 위험은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핵심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운영의 많은 부분을 오픈한다는 건 그에 따르는 책임과 헌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선수들이 원하는) 변화 방향이 좋다면 받아들이겠다. 그만큼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헌신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유율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소신도 강조했다. 홍 감독은 “주도하면서 공을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계획에 맞춰 경기 흐름을 유도해야 한다”며 “공 소유는 결국 상대를 무너뜨리는 게 목적이 있다. 역습에 확고히 대비하고 수비 시간은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는 “10년 전에는 내가 아는 선수만 뽑아 써서 ‘인맥 축구’라는 말도 들었다. 다 인정한다”며 “지금은 10년 전과 달리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생활하며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이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 명단도 갖고 있다.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의 전술이 U20(20살 이하) 팀까지 이어진다면 U20 팀이 좋은 기량을 보일 때 전술에 적응하는 시간 없이 바로 A대표팀으로 올라와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국외 축구를 부러워하기만 했는데, 이 기회에 한국 축구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큰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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