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PC방 심야출입 제한 못 한 알바생 기소유예?…헌재 “취소”

무인 시간대 신분증 확인시스템 안 켜고 퇴근
검찰 기소유예 처분에…헌재 “중대한 법리 오해”

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가 밤 10시 이후 청소년들을 피시방(PC)에 출입시켰다는 이유로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을 기소유예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검찰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헌재는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에겐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아 청소년 출입 제한 의무가 없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수원지검이 옛 게임산업법 28조 7호(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청소년 출입시간(오전 9시∼밤 10시)을 준수할 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경기도 수원시 한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ㄱ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뒤의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ㄱ씨가 일하는 피시방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피시방이다.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청소년 출입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피시방은 이 시간대에 무인시스템의 신분증 확인 장치로 청소년 출입을 제한해왔다. 아르바이트생 ㄱ씨는 2022년 8월 신분증 확인장치를 켜지 않고 퇴근했고, 이날 새벽 1시께 청소년 5명은 제한없이 피시방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에 검찰은 ㄱ씨를 게임산업법 적용을 받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로 보고 이 법 위반죄를 물어 기소유예 처분했다.

하지만 헌재는 ㄱ씨를 출입시간 준수의무를 부담하는 ‘게임물 관련사업자’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아르바이트생은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처벌 근거는 있지만 “ㄱ씨는 밤 9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 퇴근 이후 청소년의 출입 제한 업무까지 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검찰의 처분은 중대한 법리오해나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