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동료 떠나보낼 수 없다”···경찰청 앞에 모여 대책 촉구한 경찰들
최근 경찰관들이 과로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자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근무 여건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을 규탄했다.
민관기 협의회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이상동기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한 조직개편 이후 현장에서는 인원 부족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경찰청은 들어주지 않았다”며 “실적 위주의 줄 세우기, 실적 하위 10% 팀장들의 직급 박탈 등 조치는 현장 경찰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주일간 과로와 조직 내 압박감을 호소하던 경찰 3명이 잇따라 숨졌다. 지난 18일과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의 한 간부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간부가 투신했다가 구조된 일도 있었다. 협의회는 이밖에도 지난 26일 경남 양산경찰서에서도 한 경찰관이 자살을 시도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13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이다.
협의회는 경찰 조직 내부의 실적 평가와 이에 따른 압박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안승생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협의회장은 “평가 하위 10%에 들지 않기 위해 팀장들도 팀원을 닦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휴일도 반납하고 초과 근무를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남용희 서초서 협의회장은 “일주일 단위로 수사관들이 몇 건의 사건을 해결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장기 사건(접수 후 6개월 이상인 사건)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선 국가수사본부부터 서울경찰청, 일선 경찰서장이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신임 경찰들이 돌아가시지 않았다 싶다”고 말했다.
정유석 협의회 충북본부장은 “경찰들의 마음이 안정돼야 법 집행도 잘 될 수 있고 국민도 편안할 수 있지 않겠냐”며 “조금이라도 우리가 말하는 게 받아들여져서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폐지, 실적 위주 성과평가 즉각 중단, 초임 수사관 적응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7281501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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