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vs “당헌 해석해야”···정책위의장 교체 두고 시험대 오른 ‘한동훈호’

이보라·민서영 기자 2024. 7.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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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친윤석열(친윤)계로 평가받은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교체 여부를 두고 당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새 대표가 선출된 만큼 친한동훈(친한)계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새로 교체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반면 친윤계에서는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의 임기 규정을 들며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의장은 유임 의지를 비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광재 전 한동훈 캠프 대변인은 29일 KBS 라디오에서 “2021년 당헌·당규 개정 이후 다섯 분의 정책위의장이 모두 지도체제가 바뀔 때마다 사의를 표하고 이후에 재신임을 받거나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며 “정책위의장의 임기 1년을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임명직 당직자들은 다 사의를 표해왔던 게 관행”이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는데 그동안의 관행에 반하고 그런 것은 정점식 의원께서도 좀 재고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보통 지도체제가 바뀌면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사무총장 등이 스스로 일괄 사퇴를 하는 게 관행적이긴 했다”며 “오히려 사퇴를 안 하고 있는 게 이례적인 건 맞다”고 말했다.

친윤계로 평가받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정점식 의장 측에서는 당헌 1년 임기보장 규정을 드는 것 같다”며 “한 대표 측에서는 대표가 임면권을 가진다는 규정을 드는 것 같고 규정 (해석)에 충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규정에 당직 임면권이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당직에 대해 임면권이 있는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임기가 있는 당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볼 건가는 함부로 얘기할 수 없으니 당헌·당규의 최종 해석자가 상임전국위원회로 규정돼 있다. 차제에 상임전국위의 당헌 해석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상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무리해서 새로운 사람을 바꾼다 그러면, 물론 능력이 뛰어나고 누구나 다 인정한 사람이 온다 그러면 다 수긍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의장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한 대표 지지자들이 정 의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퇴하라는 댓글을 단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아니겠나”라고 했다. 정 의장의 침묵을 두고 우회적으로 유임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시간을 두고 여론을 지켜본 후 정 의장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MBN에 출연해 정 의장 교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안정적 당 운영을 위해 친한계 과반 지도부 구성을 원하는 분위기다. 다만 임명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친윤계 정 의장을 교체하면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탕평이냐 친정체제 강화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한 대표는 앞서 비서실장으로 친한계인 박정하 의원을 임명했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 자리에 친한계로 분류되는 재선 서범수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핵심 당직이다. 서 의원은 행정고시 합격 후 경찰에 입직해 울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21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했고, 이준석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5선을 지낸 서병수 전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서 의원은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우리 당 안팎으로 많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며 “우리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당심이나 민심이나 변화 없이는 갈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안팎으로 다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 구성 마무리 시점에 대해 “8월 안으론 해야 한다”며 “그래야 어느 정도 안정하고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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