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고개 숙인'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K리그와 울산 팬들께 사죄...비판 감수하며 책임감 갖고 대표팀 이끌겠다" (전문)
[마이데일리 = 광화문 최병진 기자]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 5개월 동안의 후임 감독 선임 작업 끝에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반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시즌 중 K리그 팀에서 감독 빼오기를 단행한 축구협회와 여러 차례의 거절 의사에도 결국 감독직을 수락한 홍 감독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홍 감독은 지난 15일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홍 감독은 후보자 면담과 함께 현지에서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을 만났다. 선수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눈 홍 감독은 지난 25일 귀국했다.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K리그와 울산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붇자는 마음이며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홍명보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
- 취임사
지난 5개월 동안 여러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축구인으로서 죄송한 마음이다. 축구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특히 그동안 저에게 큰 성원을 보내주셨던 울산 팬들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 울산 팬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응원과 지지 속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선택이 팬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준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울산과 K리그 팬 여러분께 사죄드리고 비판을 수용하겠다.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은 이 자리에서 축구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
지난 5일 이임생 기술이사가 찾아왔고 긴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이 이사는 저에게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한국축구기술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나의 생각을 물었다. 저는 대표팀 감독과 전무를 하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축구 철학과 운영 방안, 한국 축구의 기술 척학과 관련된 내용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 이사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감독직을 요청했고 밤새 고민 끝에 수락을 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을 중심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MIK(Made In Korea)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및 선수 발굴이 얼마나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지 배워왔다. 이후 K리그에서 감독을 하며 K리그의 소중함을 경험했다. K리그와 함께 성장하는 대표팀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A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러한 대표팀의 발전은 K리그와 유소년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해 보자고 결심했다. 가장 중요한 내적 동기다.
현재 한국 축구는 유례없이 훌륭한 선수들로 가득하다. 성적으로 표현되는 결과와 체계의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성공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며 비판도 받아들이겠다. 겸손한 자세로 듣고 한국 축구가 더 전진할 수 있도록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겠다.
대표팀 운영에서는 존중, 대화 그리고 책임과 헌신이 중요하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선수와 스태프 모두 서로를 존중해야 하며 지켜야 할 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음은 대화다. 많은 문제는 오해나 소통에서 발생한다. 감독인 나부터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공유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책임과 헌신이다. 많은 부분을 오픈한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선수들이 변화를 요구한다면 스태프와 함께 받아들일 것이다. 그만큼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이 3가지를 갖춘 대표팀을 만들 것이다.
전술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공을 소유하면서 주도적으로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계획과 전략에 맞춰 유도를 할 것이다. 상대와 변수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고 더 큰 무대에서는 어려운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 전진성과 과감성을 갖춰 상대를 무너트려야 한다.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상대에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지공과 카운터에 대해 대비를 할 것이다. 위험지역에서 최대한 멀리 볼을 따낼 것이다. 공격과 수비 시에 각 지역에서 효율적인 모습이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이 아닌 평소에는 훈련 이틀 차가 중요하다.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은 규정에 따라 사흘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 24시간을 얼마나 코칭 스태프가 준비하는지가 관건이다. 당장 시급한 과제가 9월 시작되는 3차 예선이다. 당장 9월, 10월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시즌 초반이라 컨디션을 고려해야 한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잠복된 리스크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그럴 경우 조직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희생과 헌신이 보인다면 위기는 기회로 전환이 된다. 대표팀이라면 위기의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화두를 던질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노력하겠다.
존경하는 축구팬 여러분,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 비판이라도 대표팀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변화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성원을 해주시길 바란다.
- 월드컵 목표와 손흥민과의 대화는?
이제 최종 예선 시작이라 북중미 월드컵 결과를 이야기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대표팀 원정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16강이다. 그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럽에 가서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모든 선수들과 같은 형태로 이야기를 했다. 먼저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팀 운영에 대해 들었고 지금 대표팀에 바라는 점도 들었다. 선수들에게 앞으로 감독으로서 팀을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공감대를 형성했다. 9월에 소집이 되면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다.
-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이 이사와 한국 축구의 기술 철학과 지금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경험을 했던 대표팀 생활이나 운영 방안에 대해 이 이사에게 설명을 했다. 이 이사와 대화 후에 마음이 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대표팀 감독을 해봤고 이후 축구협회를 떠났을 때 상황들에 마음이 아팠다.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문제점이나 아시안컵에서의 상황에 안타까웠고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 이사의 이야기에 고민을 했다. 고민을 하다 보니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아니라도 더 훌륭한 분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 비판 여론 속에서 출발
많은 기대 속에 새로운 팀이 출발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우려와 비판 속에서 출발을 하게 됐다. 마음이 무겁다. 반대로 제가 10년 전에 이 자리에 왔을 때는 기대와 박수가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감수를 해야 하고 항상 겸손하게 팀을 이끌어나가겠다.
- 대표팀 감독이 유일한 방안이었나?
K리그 감독을 하다가 중도에 나오게 된 것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K리그 팬과 구성원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 새로운 코치와 관련해서 이강인 중심으로 팀을 구성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다. 이번에 가서 만난 분 중에는 없었다.
- 문체부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감사를 하는데?
아직은 협회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협회와 문체부의 이야기다. 협회 나름대로 충실하게 소명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홍 감독의 ‘카리스마’는 수평보다 수직에 가까운데?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딱딱할 것 같은 이미지도 있지만 수평적인 상황을 좋아한다. 카리스마는 제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이지 모든 걸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하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반영을 했다. 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팀’이다. 팀이 얼마만큼 강하고 응집력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지만 승리로 이어진다고 확신할 순 없다. 문화도 필요하고 정신, 정체성 등도 필요하다. 단기간에 대표팀에서 이런 걸 만드는 게 쉽지는 않기에 문화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언제나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올 수 있다. 저 역시도 잠시 이곳에 와서 일을 하는 사람이지 내가 주인은 아니다. 우려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상은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직적인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 손흥민이 주장을 계속하는가?
시간이 많지 않다. 9월 2일에 소집해서 3일 훈련하고 경기를 해야 한다. 앞으로도 손흥민을 팀의 주장으로 신뢰할 것이다. 다만 손흥민이 많은 부담감을 갖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선수들과 나눠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스태프 구성
한국인 코치와 접촉은 했고 마무리 단계다. 시간이 흐르면 곧 발표가 될 것이다. 외국인 코치의 역할 분담은 각 팀마다 중요한 부분이다. 유럽에서는 스로인 코치도 있을 정도로 역할 분담이 철저하다. 피지컬뿐 아니라 분석, 전술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코치 등이 모두 중요한데 감독으로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 이끄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10년 전 의리 축구에 대한 논란
10년 전에 실패를 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아는 선수들만 쓰는 인맥축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두 인정을 한다. 당시에 K리그에서 단편적인 선수들만 선발을 하다 보니 정말로 팀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들을 몰랐다. 지금은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생활을 했고 각 팀에 있는 주요 선수들을 비롯해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을 알고 있다. 그때와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 선수 선발 기준은?
언제든 열려 있다. 새로운 팀이 구성이 되는 상황이다. 편안하고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 유럽 선수들과 미팅
처음 대면을 한 선수도 있었다. 손흥민도 오랜만에 봤다. 설영우를 만나러 세르비아까지 갔는데 본인은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모든 것들을 저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에 이런 부분들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 9월에 소집 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적용을 할 것이다. 물론 지켜야 할 원칙도 있고 선수들과 소통을 할 것이다.
- 연령별 대표팀과의 소통 방법은?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표팀이 쓰는 전술이 20세 팀까지 적용된다면 곧바로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 연령별 대표팀 연계성의 가장 큰 강점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대표팀 수락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고 관심있어 하는 부분이기에 어디든 어린 선수들이 있다면 제가 직접 가서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 한국 축구에 있어 중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 국내 선수들과 면담 계획
면담을 하기에는 선수가 많은 상황이다.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의 경기력을 체크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선수들은 또 컨택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다. 국내 선수 면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외파도 만나지 못한 선수들이 있고 어느 시점에는 논의를 할 것이다.
-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감독직에 대해 논의를 했나?
2020년 7월에 축구협회장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 자리에서 회장직보다는 현장에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만 이번에는 회장과 사전에 연락은 없었고 이 이사와의 대화를 통해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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