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 전시 거부… ‘조선인 상설전시·매년 추도식’ 수용

권승현 기자 2024. 7. 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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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동의'로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일본이 현지 전시관에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의 증언과 조선총독부의 구체적 강제동원 방식을 전시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외교부는 사도광산 등재를 무작정 반대해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한·일 간 표 대결이 이뤄지면 우리에게도 실익이 적을 것으로 판단, 일본의 '강제동원'에 대한 명백한 인정 대신 '구체적 후속조치 이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방점을 맞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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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체적 후속조치’ 에 방점
일부에선 “외교노력 소홀” 지적
사도광산 채굴현장 재현 28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내부에 있는 에도 시대 채굴 현장을 재현한 ‘소다유코’ 전시장 모습.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7일 만장일치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동의’로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일본이 현지 전시관에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의 증언과 조선총독부의 구체적 강제동원 방식을 전시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외교부는 사도광산 등재를 무작정 반대해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한·일 간 표 대결이 이뤄지면 우리에게도 실익이 적을 것으로 판단, 일본의 ‘강제동원’에 대한 명백한 인정 대신 ‘구체적 후속조치 이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방점을 맞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가 일본의 진전된 조치를 끌어냈다”는 반응과 “외교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반응으로 갈렸다.

29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를 두고 일본 정부와 벌인 협상에서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에 대해 전시하고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매년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수용, 니가타(新潟)현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근로자에 대한 상설 전시를 마련했다.

또 우리 정부는 전시관에 조선인 피해자의 증언을 전시하고, 조선총독부의 강제동원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증언을 1990년대부터 수집해 수십 개의 기록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증언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끝에 현지 전시물엔 “조선총독부의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순차적으로 시행됐다”는 표현만 적혔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를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본이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산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에도 시대뿐 아니라 ‘전체 역사’를 설명하고, 에도 시대와 관련 없는 기타자와 산업시설은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권고를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도광산 문제를 가장 오래 연구한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는 “일본 정부가 이코모스 권고를 수용한 만큼, 우리 정부로선 다른 회원국들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했다. 게다가 WHC 회원국 중엔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보다 후속조치에 대한 구체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반면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용어는 일본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역사 전쟁의 정수(精髓)”라며 “‘강제동원’이라는 명시가 빠진 것은 외교 노력의 소홀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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