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밀어내고 소 키운다…‘소고기 수출 1위’ 브라질의 비밀
“저는 지난해 아마존 밀림을 밀어내고 만든 초지에서 태어난 소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고기로 만들어 파는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소’를 만드는 게 멀지 않았다고 광고를 하던데요? 그거 정말입니까?”(제보자 해피카우)
“무슨 광고를 말하는 건지, 찾아봐주겠나, 왓슨?”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홈스 반장의 말에 왓슨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소고기 생산업체 제이비에스(JBS)의 광고를 말하는 거 같은데요.”
“JBS? 처음 들어보는 업체인데?”
“미국에 3대 육류 및 육가공 업체가 있습니다. 타이슨 푸드, JBS 미국, 카길 순인데요. JBS는 브라질의 작은 도축장에서 시작해, 미국 정육업계 3~5인 스위프트와 내셔널 비프, 스미스필드를 인수·합병하여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로 성장했죠. 우리나라에도 ‘스위프트’ 브랜드로 수입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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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밀어버린 육가공업체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은 곧장 미국으로 달려갔어요. 뉴욕의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환경단체 ‘마이티 어스’(Mighty Earth)의 활동가들이 시위하는 현장에 도착했어요. 활동가들은 ‘카길은 아마존 산림 벌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죠. 그리곤 외쳤어요.
“코스트코는 온실가스를 줄이십시오. 숲 벌목을 중단하십시오. 원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무시하고 밀림을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육가공업체와 거래를 끊으십시오!”
마침,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데(Nordea)가 남아메리카 산림 벌채에 연루됐다며 JBS를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습니다. 이 환경단체는 JBS는 물론 카길과의 관계도 끊으라고 코스트코를 비롯한 업체들에게 요구하기 시작한 거예요.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자유분방한 모습이었어요.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 등 다양했죠. 그중 외발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왓슨이 물었어요.
“그런데, 아마존 산림을 벌채하는 것과 육가공업체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외발자전거가 답했어요.
“브라질은 소고기 수출 1위인 나라입니다. 그 소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시오? 아마존의 밀림, 원주민의 삶터를 불법으로 파헤쳐 만든다오. 나무를 베고 그 땅에 소를 풀어놓는 거죠. JBS 같은 다국적 육가공업체는 그 사람들로부터 싼값에 소를 사서 파는 것이라오. 우리가 브라질산 소고기를 먹는 것은 숲을 함께 먹는 것이라오.”
2023년 12월 <뉴욕타임즈> 보도를 보면, 아마존강 상류 볼리비아 국경 근처의 자시파라나 자원보호구역(the Jaci-Paraná Extractive Reserve)이 1996년 지정된 이후 77%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원주민 공동체 수십 곳이 보호구역을 점령한 토지 수탈자와 목장주를 두려워하며 이곳을 떠났습니다.
브라질 론도니아 주 당국은 JBS를 비롯한 업체와 농장주들의 불법 벌목과 가축 사육과 관련해 17건의 소송을 제기했죠. 2023년 말에는 농장주들이 2019~2021년 약 4 ㎢의 보호구역에서 227마리 소를 사육해 JBS에 판매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고요. 주 당국이 약 350만달러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업체와 농장주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하네요.
“JBS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소를 가장 많이 사가는 업체입니다.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습한 밀림 생태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조한 초지로 바뀌고 있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원주민 문화를 모두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업이 대체 광고를 어떻게 했길래…”
왓슨이 홈스에게 묻자, 외발자전거가 끼어들었어요.
“홈페이지를 가 보시오. 거기에 버젓이 204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하고 있오. 지금 숲을 없애고 있으면서,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그런 걸 그린워싱이라고 하지.”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환경 보호 효과가 없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하면서 도리어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합니다.
붕괴를 앞둔 지구의 에어컨
약 700만㎢의 아마존 강 유역은 브라질에서 페루, 볼리비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을 품고 있습니다. 나무가 많은지라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5~20년치를 저장하고 있죠.
또한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증발산 작용으로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합니다. 나무의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은 줄기를 타고 올라가 잎의 기공을 통해 대기로 흩어집니다. 이 수분이 다시 구름을 만들어 빗물로 돌아오죠. 열대우림이 거대한 천연 에어컨처럼 온도를 낮추는 거예요.
하지만 숲을 소 방목지나 콩 경작지로 바꾸는 토지 개간 그리고 지구 차원의 온난화, 극심한 가뭄, 산불 빈발 등의 현상이 점차 유역 중앙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바나 초원도 아마존을 에워싸며 점령하고 있죠.
사바나 초원은 산불이 나기 쉬운 식생입니다. 나무가 타면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하게 됩니다. 증발산 작용의 규모도 작아지면서, 대기 냉각 효과도 줄어듭니다.
과학자들의 최대 관심은 이러한 아마존 열대우림의 매커니즘이 고장 나는 ‘티핑 포인트’가 언제냐는 겁니다. 2022년 영국 엑시터대학 연구팀은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서 2000년대 초반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의 4분의 3 이상이 회복력을 잃었고, 이미 심각한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2월 브라질 연방산타카타리나대의 베르나도 플로레스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은 한층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아마존 열대우림의 15%는 개간되었고, 남아있는 숲의 17% 역시 벌목과 산불 등 인간 활동으로 훼손되고 있는데요. 연구팀은 205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의 10~47%가 대대적인 식생 및 생태계 변화를 겪으면서 기후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봤습니다. 65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후부터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단 한 번도 탄력성을 잃지 않았는데, 이제 곧 시스템 붕괴를 앞두고 있다는 거죠.
뉴욕 주검찰의 반격
홈스와 왓슨이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낯익은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뉴욕 주의 레티티아 제임스(Letitia James) 법무장관이 다국적 육류업체 JBS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육류 소비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한 것에 대해, 사실상 실행가능한 계획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이 업체의 미국 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임스 법무장관은…”
왓슨이 말했습니다.
“이거, 정말 흥미진진해지는 걸요.”
*8월5일에 이어집니다.
*본문의 과학적 사실은 실제 논문과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남종영 환경저널리스트·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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