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처럼 팽팽한 K발레, 종주국 파리 관객 심장 ‘적중’
‘백조~’ ‘해적’ 등 고전발레부터
가야금 활용한 이영철 ‘계절; 봄’
전통 색채 짙은 ‘활’ ‘호이랑’까지
콧대높은 800명 기립박수 화답
“BTS 팬인데 韓발레도 매력적”
첫 공연이 열린 지난 28일, 파리 중심부 코리아하우스 강당에는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사전예매 없이 선착순 무료로 배부하는 공연 표를 받기 위한 남녀노소·국적불문 인파가 몰리면서다. 코리아하우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기간 중 한국 선수단 응원과 문화 교류를 위해 운영하는 홍보·전시관으로, 지난 25일 개관 이후 사흘 만에 80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국내외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발레 객석에도 외국인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았다. 현장에서 만난 프랑스인 수자니 씨(21)는 “2016년부터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며 “K팝이나 음식, 화장품 외에도 한국을 더 알고자 발레 공연이 있다고 해 보러 왔다”고 했다. 이날 800여 석이 일찌감치 매진돼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린 이들도 있었다.
국립발레단은 먼저 유명한 ‘백조의 호수’ 중 ‘흑조’ 그랑 파드되 장면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오딜 역할을 맡은 안수연의 32회전 푸에테 동작에 여지없이 박수갈채가 나왔다. 곧바로 이어 강효형 안무작 ‘호이 랑’을 통해선 유려한 선과 여백의 미로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조선시대 효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2019년 만들어진 창작 전막 작품이라, 서양권의 클래식 발레와 차별화된다. 이날은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는 애틋한 2인무 부분을 보여줬다. 특히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높이 들어 올려 돌리는 동작이 많은데, 큰 키의 이재우·정은지가 짝을 지어 곧고 시원시원한 움직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밖에도 악기의 소리를 몸짓으로 표현한 ‘콰르텟 오브 더 소울’(안무 박슬기), 관능적면서도 애절한 탱고 본연의 맛을 살린 ‘탱고’(안무 신무섭) 등 현대적 안무작도 이어졌다.
‘활’을 끝으로 모든 무용수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자 기립박수가 터졌다. 마침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소식이 전해져 금빛 여운이 진했던 이날, 국립발레단이 쏜 화살도 파리 관객들에게 꽂힌 셈이다.
관객들은 클래식 발레에서 흔히 보는 튀튀가 아니라 한복 느낌이 나는 의상 등 새로운 요소에도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인 니콜 베르고(60)는 “기술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음악·리듬·의상 등에 전통 요소가 섞여 흥미로웠다. 같으면서도 다른 발레였다”고 했다. 파리에 거주하며 처음으로 국립발레단 공연을 봤다는 교민 이지윤 씨(27)는 “현대적인 안무가 많아 새로웠다”고 했다.
이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무대 위 축사를 통해 “발레의 본고장이자 세계 예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한국 발레의 세계적 역량과 드높아진 한국 예술의 위상을 보여주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파리=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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